폭염 지나니 폭우… 전통시장 다시 ‘죽을 맛’
입력 2012-08-16 19:10
서울 영천시장 가보니…
“주말에 또 비가 온다는데… 하늘에 먹구름 끼면 우리 장사치들 마음에도 먹구름 끼는 거죠.”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시장 진입로에 좌판을 벌인 채소상들은 파라솔을 펼친 채 앉아 채소를 다듬고 있었다. 전날 내린 폭우에 채소를 덮어둔 비닐엔 여전히 빗방울이 고여 있었다. 15일 서울 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152㎜.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지열이 올라오면서 상인들이 다듬는 채소도 풀이 다 죽어 있었다. 선풍기는 맥없이 돌았다. 간간이 주부들이 오갔지만 채소를 구매하는 이는 드물었다.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더불어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가 심해지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석촌시장상인연합회 이경희 회장은 “날씨가 더우면 손님들이 냉방 잘되는 시원한 백화점으로 가면서 전통시장에 발길을 끊지 않느냐”며 안타까워했다. 폭염 이후 이어질 집중호우를 걱정하는 상인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박종석씨는 “날씨가 더워도 전통시장은 비만 안 오면 그나마 괜찮은데 걱정”이라면서 “더 큰 문제는 최근 다시 대형마트가 영업을 재개해 매출이 급감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전통시장 상인들은 인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제한 해제 움직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난 6월 말 조례의 절차상 문제로 인근 대형마트와 SSM 영업이 재개된 석촌시장의 경우 영업제한 때보다 30%의 매출 감소를 보인 것으로 시장상인회는 파악하고 있다.
악천후와 대형 유통업체들의 영업재개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전통시장 상황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16일 시장경영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통시장 체감 경기지수(M-BSI)는 48.4로 전월 대비 12.0포인트가 하락해 지난 4월(62.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한 영업제한 조치가 실효성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상의 강도 높은 규제가 조속히 시행돼 그 사이 악화된 전통시장 상황이 다시 나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기획실장은 “전통시장 정책과 관련해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너무 많은 권한이 이월되면서 절차상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면서 “상위법인 유통법 자체에서 전통시장 보호 내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빨리 국회에서 개정안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해인 기자 hi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