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장독대 뒤에 뿔 달린 업두꺼비야! 나와봐… ´뿔, 뿔, 두꺼비 뿔´

입력 2012-08-16 19:10


뿔, 뿔, 두꺼비 뿔/ 글 김진경·그림 홍미현/비룡소

재미가 있다는 게 장점이다. 우리의 아동 소설은 교훈이나 정보에 치중하다보니 서양의 책들이 가장 내세우는 이런 미덕을 놓치기 쉽다. 책은 2006년 판타지 동화 시리즈 ‘고양이 학교’로 프랑스 아동청소년 문학상 ‘앵코륍티블상’을 수상한 저자의 ‘괴물 길들이기’에 이은 두 번째 괴물이야기다.

이야기는 초등 저학년생 종민이가 아토피 때문에 삼촌을 따라 시골 할머니 댁에 내려가면서 시작된다. 아직 혼자 자는 게 무서운 종민이에게 시골집은 무서운 것투성이다. 낡은 벽장도, 오래된 집에 산다는 구렁이도, 지네도 말이다.

삼촌은 그런 조카에게 두꺼비 뿔을 먹으면 겁이 달아난다고 말한다. 세상에, 두꺼비가 뿔이 있다니? 능청스런 삼촌은 두꺼비가 백년도 넘게 살면 뿔이 난다고 하는데. 이거 믿어야 해, 말아야 해? 그러거나 말거나 삼촌은 할머니가 된장찌개에 두꺼비 뿔을 넣어 끓인다면서 찌개에서 그걸 꺼내 먹인다. 할머니가 장독대에 사는 업두꺼비를 보여줄 때 어느 새 나타난 삼촌이 말한다.

“저거 봐라, 두꺼비 뿔 보인다. 정말 크고 멋지지 않냐?”

오백 살은 되었다는 그 두꺼비. 삼촌의 눈에는 보인다는 두꺼비 뿔이 종민에게는 왜 보이지 않는 건지…. 이야기는 두꺼비 뿔을 먹은 종민이가 무섬증을 이겨내고 괴물을 차례차례 물리치는 한여름밤의 유쾌한 소동을 그려나간다.

작가는 기존 업두꺼비 이야기에 두꺼비 뿔이라는 상상을 더해 용감해지고 싶어 하는 아이 심리를 잘 담아냈다. 늘 안전한 보호막을 제공하는 엄마와 달리 방목형 교육의 상징인 삼촌은 누군가 응원은 해줄 수 있을지언정, 두려움을 이겨내는 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은연중 일깨워준다. 초등 1학년 이상.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