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박선이] 누가 지구를 지킬까?
입력 2012-08-16 18:46
한 차례 비가 내리긴 했지만 지구는 여전히 펄펄 열이 끓고 있다. 열병이 단단히 걸린 것이다. 거기에 깃들여 사는 사람들도 고통스럽다. 지구 생태계가 변해가는 징조들이 심상치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당장의 무더위만 불평할 뿐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왜 이렇게 무디게 된 걸까.
우리 집에는 요즘 두 학생이 와서 머물고 있다. 한 학생은 중국에 선교사로 가 계신 분들의 고3 딸이고, 한 학생은 부모님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유학생이다. 방학 동안 학원에 다니기 위해 아르바이트 하려고 온 것이다. 공부도 잘하고 착한 심성의 아이들이다.
그러나 딱 하나 문제가 있다. 환경 의식이 전혀 없는 것이다. 쓰레기 배출이나 음식물 찌꺼기를 아무렇지 않게 처리해 내 야단을 맞는다. 좋은 소리도 반복하면 잔소리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두 아이들이 환경 의식이 확실해져 생활 습관들을 고치기 전에는 잔소리를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집에서 이러니 밖에 나가서 할 행동은 뻔하다.
엊그제 만난 논술학원 원장은 “명문대 나오고, 최고라고 하는 기업에 취직한 아들도 환경을 생각하는 의식이 전혀 없다”고 했다.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단다. 심한 무더위에 맥을 못 추며, 날씨 변화가 점점 심해지면 어떻게 사나 걱정하던 나는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괜찮은 아이들이 이 지경이라면, 모든 젊은이들이 그렇다는 얘기 아닌가. 그렇다면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지구가 점점 살기 힘든 공간이 될 게 뻔하지 않은가. 도대체 이 병들어 가는 지구를 누가 지켜갈지 기성세대로서 걱정이다.
물론 어른들도 대동소이하다. 눈앞의 이익, 편안함과 안락함을 우선시하는 생활 태도에서 벗어날 기미가 별로 없다. ‘투모로우’ 같은 재난 영화를 봐도 그냥 영화려니 하고 마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점점 농후해지고 있는데 그동안의 생활 방식에 대한 각성도, 바꿔보려는 마음들도 없어 보인다.
난 잔소리꾼으로 욕먹을 각오를 하고 두 학생에게 두어 차례 다시 이야기했다. “이 심각한 문제를 모두 내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몇몇 사람들이 나서서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정신을 차리고 함께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해나가야 된다”라고. 사실 그렇지 않은가. 병들어 가는 지구를 회복시킬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지켜나갈 사람은 따로 없다. 바로 나, 너, 우리 모두인 것이다.
박선이 해와나무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