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글항아리 강성민 대표 “대중과 소통하는 인문학 부활 기여하고 싶어”
입력 2012-08-16 18:27
“매년 수천 편 논문이 쏟아지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대중에게 노출되지 못한 채 지식담론 형성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몇몇 인기 저자들만이 지식유통시장을 과점하는 기형적 구조가 생겨나는 원인이기도 하고요.”
꽉 막힌 우리 사회 지식담론 시장을 뻥 뚫기 위해 한 젊은 출판인이 나섰다.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을 걸고 ‘원 페이퍼 원 북’ 시리즈를 시작한 글항아리 강성민(39·사진) 대표. 글항아리는 문학동네 계열사로 창간 5년의 짧은 연륜이지만 140여종의 인문서 단행본을 출간한 열정 있는 출판사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강 대표는 “아케이드 프로젝트가 이런 시스템적 불협화음에 작은 해결의 실마리가 돼 인문학 부활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리즈 첫 책은 ‘한 손엔 공자, 한 손엔 황제’(이유진 저). 아시아의 맹주를 넘어 세계적 제국의 위상을 회복하고 있는 중국의 ‘문화적 굴기’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중국을 알자는 책은 쏟아지지만 관심의 초점은 경제와 정치 이슈에 치우쳐 있었다. 역사 철학 언어 예술 등 문화적 차원에서 강화되고 있는 중화 프로파간다에 대해 다룬 책은 드물기에 저자의 문제의식이 신선하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 퍼진 공자학원은 중국어가 세계 보편어 반열에 오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고, 황제라는 개념은 56개의 다양한 소수민족들을 맷돌처럼 갈아서 균질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중국 신화의 역사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런 예민한 주제가 시리즈 1번으로 나오게 된 데는 중소 출판사가 안고 있는 현실과 각성이 배경에 있다.
“저자들이 좋은 주제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해도 원고마감을 못 지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번역서에 눈을 돌리게 되는데, 아무래도 로열티가 적은 중국 쪽을 건드리게 되더군요.”
이 출판사도 ‘공자, 최후의 20년’ ‘논어, 세 번 찢다’ ‘제나라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등 많은 중국 번역서를 냈다. 강 대표는 “최근 수년 사이 중국 인문서들이 쏟아졌다”면서 “문득, 100년 전처럼 중국 관점의 지식이 수입되면서 중화가 되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일반 학술서와 차별성이 있을까. 강 대표는 “학자들이 연구업적을 책으로 내는 경우는 일반 대중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다르다”고 강조했다.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출판인의 시각에서 읽힐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기 때문에 대중과의 소통이 훨씬 쉽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시리즈 첫 책도 가볍지 않은 주제인데도 술술 읽히는 맛이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