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축구 동메달’ 홍명보 다음 거취는… K리그 감독보다 국가대표 사령탑?
입력 2012-08-16 00:23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3~4위전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꺾은 뒤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던 홍명보(43) 감독. 3년에 걸친 ‘올림픽 메달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으니 이제 좀 쉬고 싶을 것이다. 홍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동안 런던올림픽만 바라보고 달려왔습니다. 개인적인 일정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러나 팬들은 벌써부터 슬슬 궁금해진다. 홍 감독의 다음 거취는 어떻게 될까.
홍 감독은 15일 하프타임에 열리는 올림픽 대표팀 환영 행사 때문에 한국과 잠비아의 친선경기가 열린 안양종합운동장을 방문했다. 김태영, 박건하 코치와 김봉수 골키퍼 코치와 함께 하프타임에 그라운드에 나온 홍 감독은 운동장을 가득 메운 1만6000여명의 관중으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홍 감독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K리그 쪽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당분간 좀 쉬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올림픽이라는 큰 경험을 가진 선수들이 A대표팀에 가서 좋은 활약을 보인다면 최강희 감독님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홍 감독이 갈 수 있는 길은 국가 대표팀 사령탑이다. 현재 국가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최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후 떠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최 감독이 내년 6월 31일자로 물러나면 자연스럽게 후임으로 홍 감독이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내년 시즌 홍 감독이 K리그 팀을 맡으면 1년도 안 돼 팀을 떠나야 하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 평론가는 “홍명보 감독이 내년 시즌 K리그로 가면 국가 대표팀 감독직은 포기해야 한다”며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홍 감독이 K리그 팀보다 국가 대표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외국인 감독 체제로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적절한 시기에 세계적인 감독을 영입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설령 외국인 감독을 데려온다 하더라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브라질월드컵에는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대거 투입될 예정이다. 이미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셀틱), 김보경(카디프시티), 김영권(광저우 헝다), 지동원(선덜랜드), 남태희(레퀴야) 등 ‘홍명보의 아이들’은 월드컵 대표팀에서도 뛰고 있다. 홍 감독이 U-20 대표팀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 온 이들과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면 이번 런던올림픽처럼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LA 갤럭시에서 은퇴한 뒤 현장보다 행정 쪽으로 눈을 돌렸다. 축구 행정이 성숙해야 축구계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그가 앞으로 축구 행정에 전념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다만 그 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은 브라질월드컵 이후가 적기라고 보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