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웅서] 여수박람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입력 2012-08-15 19:30
“바다사랑의 씨를 심은 행사… 인류 미래 위한 아름드리 나무로 키워 나가자”
지난 5월 12일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돛을 올린 여수세계박람회가 93일간의 항해를 마치고 드디어 닻을 내렸다. 한 번의 재수 끝에 유치한 세계박람회이기에 더 열정을 가지고 준비했던 박람회였다. 개막 초기에는 홍보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관람객 수가 예상치를 밑돌고, 불편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들렸다. 이때는 과연 박람회가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심해의 압력만큼이나 무거운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박람회장 운영체제가 자리를 잡고, 박람회에 대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관람객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적은 관람객 수를 걱정하던 마음은 많은 사람들로 인해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기쁜 걱정으로 바뀌었다. 이제 여수세계박람회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
여수세계박람회가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평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람회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의 판단 기준은 목표 관람객 달성도, 전시연출 내용, 사후 활용, 관람객 만족도, 참가국과 전문가들의 평가다. 박람회 기간에 82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박람회장을 찾아 목표 관람객은 달성됐다. 전시연출 내용도 주제를 잘 전달했고,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후 활용에 대해서는 관광단지 조성 등의 방안이 있으나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관람객들의 의견은 엇갈리기는 하나 대체로 호평이 우세하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박람회 전시 아이템이 해양의 중요성, 해양자원 개발, 해양환경 보전, 기후변화 등 박람회 주제를 잘 구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 보다 면밀한 평가가 이뤄지겠지만 이런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여수세계박람회는 성공한 박람회다. 국제박람회기구(BIE)로부터도 합격점 이상의 성적을 받았다.
물론 이러한 성과를 얻기 위한 임기응변 대책으로 인해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박람회 중간에 할인 입장권을 발매한 점, 전시관 입장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사전예약제를 시행했다가 중간에 바꿔 혼선을 일으킨 점 등이다. 아이돌 가수 공연을 통해 관람객 수를 늘리는 데 급급해 박람회 주제 전달을 희석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시 아이템이 너무 흥미 위주로 만들어졌다는 전문가들의 쓴소리도 있었다. 모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사랑의 질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과는 단순히 관람객 수나 시설 문제로 평가할 일은 아니다. 해양을 주제로 한 이번 여수세계박람회의 금방 드러나지 않는 성과는 바로 국민들이 바다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는 것이다. 관람객들은 바다가 중요한 곳이고, 인류의 미래가 해양과학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고 이야기한다.
바다는 여름 휴가철에 놀러 가는 곳인 줄만 알았는데 우리는 바다로부터 큰 혜택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여수세계박람회를 통해 수많은 사람이 바다와 친구가 되었다. 해양과학 발달이나 해양산업 발전, 해양환경 보호 활동은 바로 이러한 바다의 친구가 늘어남으로써 한층 가속도를 낼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그리고 세계인들이 해양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바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큰 소득이다. 많은 국외 해양 전문가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했고, 해양과학을 공부한 필자 또한 이들에게 우리나라의 해양과학기술 발전상을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어 뿌듯했다.
여수세계박람회는 끝났지만 바다를 사랑하고 아끼자는 주제는 앞으로도 널리 전파돼야 한다. 여수세계박람회의 폐막이 곧 바다사랑을 실천하는 또 다른 출항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여수세계박람회는 인류의 미래를 보장해 줄 바다사랑의 씨를 심은 행사였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이 씨가 잘 싹 트게 하여 푸른 잎을 무성히 드리운 아름드리나무로 키우는 일이다. 바다로부터의 녹색성장이며, 전 인류가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지혜다.
김웅서(해양과학기술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