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3위 vs 三流

입력 2012-08-15 19:31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런던올림픽에서 거머쥔 동메달은 광복절을 앞둔 국민들에게 큰 선물이었다. 국민들은 대표팀의 선전에 아낌없는 박수갈채와 찬사를 보냈고, 환호성을 질렀다. 전력이 앞선다는 숙적 일본을 녹아웃시켰다는 점에서 ‘런던 대첩’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호사다마(好事多魔), 아니 호사일마(好事一魔)랄까. 올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을 딴 축구대표팀에 불길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박종우 선수가 관중석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종이를 받아 들고 그라운드를 누빈 것이 정치행위라는 지적을 받게 된 것이다. 메달 수여식에 참여하지 못한 박 선수는 동메달 박탈 위기로 몰린 상태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선수의 행동은) 명백히 정치적 표현으로 봐야 한다”며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는 IOC 규정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그에 따라 IOC 규율위원회가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선수의 동메달을 박탈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건 아니지만 가능성은 열어 놓았다.

로게 위원장의 발언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역사적으로 보나,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나 독도는 명백한 우리 땅이다. 분쟁지역으로 삼으려고 혈안이 된 일본이 생떼를 쓰고 있을 뿐이다. 우리 땅을 우리 것이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정치행위가 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또 ‘독도는 우리 땅’을 전 세계인이 알아볼 수 있는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표현했고, 정황상 계획적인 행동도 아니다.

여야는 모처럼 만에 한목소리로 박 선수를 두둔하고 나섰다. 싸움이 일상화된 정치권에서 진풍경을 연출한 것이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박 선수가 병역혜택과 포상금 지급 문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바람직한 모습이고 적절한 조치다.

이런 와중에 대한축구협회가 박 선수의 ‘독도 세리머니’에 대해 일본축구협회에 문서로 유감을 표명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매우 부적절하고 한심한 자책골이다. 일본 언론은 “한국이 사죄한 것”이라며 왜곡하기에 바쁘다. 자칫 잘못하면 IOC의 결정에 악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대한축구협회는 FIFA에 우리 입장을 자세하고 확실하게 전달해 박 선수를 구명해야 한다. 그래야 삼류(三流)란 비판에 직면한 대한축구협회가 4류, 5류 소리를 듣지 않는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