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 민원 해결 비법은 ‘신뢰 회복’… 권익위 고충민원 특별조사팀, 1년간 악성·반복민원 67% 해결
입력 2012-08-15 19:22
#1. 민원인 A씨는 공공사업 공사로 인해 자신의 부동산 중개업소가 피해를 입었다며 시공사에 5000만∼3억원의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요구가 거부되자 그는 공사현장을 가로막다 구치소에 구금됐다. A씨는 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부 고위층 인사의 자택 앞에서 2개월여 텐트 시위를 펼쳤고 정부과천청사에선 나체시위 및 자살소동까지 벌였다. 7년간 생업 대신 시위에만 매달린 그는 1평짜리 쪽방에서 고등학생 아들과 극빈생활을 하는 처지가 됐다.
#2. 민원인 B씨는 2006년에 분양받은 상가의 복도가 분양 당시에는 일(-)자형이었는데 시공 시에는 디귿(ㄷ)자형으로 바뀌어 가격이 하락하고 화재 대피 시 위험이 커졌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6년간 관할소방서 등을 상대로 2479건의 민원을 제기했고, 이 바람에 해당 소방서는 119 구조대원 1명이 본연의 업무 대신 이 민원처리를 전담해야 했다.
고질적인 민원은 행정기관의 고민거리다. 소란이 반복되고, 때로 심한 폭언·협박 등에 시달리다보면 민원인을 상대하는 이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기 일쑤다. 담당 직원은 물론 전체 기관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워진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7월 발족시킨 ‘고충민원 특별조사팀’은 고질적인 민원만을 전담 처리하는 곳이다. 경험 많은 조사관 3명으로 구성된 특별조사팀은 지난 1년간 악성·반복민원 31건을 조사해 그중 21건을 해결했다.
장태동 고충민원 특별조사팀장은 15일 “눈앞의 문제해결에 급급하기보다는 민원인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질적 민원은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이 큰 이유인 만큼 어느 정도 신뢰가 형성된 후 스스로 납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특별조사팀은 A씨에게는 극빈층에게 제공하는 ‘기존주택 전세 임대’를 주선해 줬다. 아들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 셈이다. 그제서야 A씨는 “시위를 중단하고 일을 다시 시작해 아들과 열심히 살겠다”는 각서를 썼다. B씨에게는 당시 분양회사 관계자와 담당공무원을 입회시킨 가운데 설계도 등 인허가 관련 모든 서류를 공개하고, 모의 소방탈출 실험까지 진행했다. 의혹이 해소되자 B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섰다.
귄익위 이연흥 고충처리국장은 “고질민원이 발생되면 인력과 예산이 낭비되므로 적극적인 민원 처리와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며 “권익위는 사례집을 만들어 보급하는 등 고질민원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여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