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한탕 꿈’… 사행산업 홀로 쑥쑥

입력 2012-08-15 19:21


불황이 깊어지면서 복권, 경마, 경륜 등 사행산업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한탕’을 노리는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장기간 당첨금을 나눠 받는 연금복권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인생역전’을 꿈꾸는 이들이 주로 구매하는 로또복권 매출에는 불황이 없었다. 15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로또복권의 총 판매 금액은 1조417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판매액 1조3329억원에 비해 6.3% 증가한 수치다. 즉석복권도 당첨금 5억원 복권의 발행 횟수를 월 2회에서 3회로 늘리자 판매량이 약 5% 증가했다.

경마의 경우 불법 사설경마장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7월 기준 올해 경마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 감소했다. 입장인원도 29.3% 감소했다. 이는 급속히 확산되는 불법 사설경마 때문으로 분석된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설경마 매출은 최대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가 인정한 사행산업 6개 분야의 지난해 매출합계인 16조원의 2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또 지난해 마사회 전체 매출 7조7882억원의 4배에 이른다. 형사정책연구원은 “올해도 불법 사설경마가 계속 적발되고 있어 관련 시장 규모가 확장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경륜은 일부 장외지점 리모델링 공사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늘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륜 매출액은 98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9600억원)에 비해 200억원 증가했다. 경륜·경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출입인원은 5만6000명에서 4만5000명으로 줄었으나 5개월간의 장외지점(길음·일산) 리모델링을 고려하면 오히려 증가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출시 초기 인기를 끌었던 연금복권 열풍은 점차 시들해지고 있다. 연금복권은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11월까지 5개월간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판매율이 99%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발행량의 3분의 1을 팔지 못해 66%까지 추락했다. 판매액도 지난해 월평균 62억원이었지만, 올해는 지난 2월 59억원, 6월 42억원으로 줄었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판매초기 1등 당첨금 12억원을 20년간 매달 500만원씩 나눠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목돈을 손에 쥘 수 없다는 점이 매력을 떨어뜨렸다”며 “불황에는 로또나 경마, 경륜처럼 한탕주의를 자극하는 사행산업이 계속 인기를 끌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