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종전 67년… “韓·中·日,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입력 2012-08-15 21:06
제2차 세계대전 종전(終戰) 70년이 돼 가는데도 전쟁의 망령은 동아시아를 떠나지 않는다. 쓰라린 과거 기억과 현재의 라이벌 구도는 한·중·일 삼국의 파열을 야기하고 있으며 최고 지도자들의 대외 리더십도 강경 기조로 변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15일 보도했다. 증가하는 중국의 군사·경제적 영향력을 함께 견제하면서 미국 우방국으로서 상대적으로 가까웠던 한·일 관계도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비난은 ‘애국 신임장’?=한국 대통령으로서 닷새 전 처음 독도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위안부를 여성 인권 문제로 본격 거론, 책임 있는 일본의 조치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이 대통령이 반(反)일본 정서를 활용해 기울어가는 통치력을 다잡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 전문가인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한국에선 자주 일본을 맹비난하는 것이 자신의 ‘애국 신임장’을 보여주는 방법이 된다”며 “국내 지지를 높이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도 일관되지 않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성명을 통해 해당 문제를 사과하고, 2년 뒤 민간 펀드를 마련해 여성들에게 보상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이 공적인 해결책이 아닌 데다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사실상 거절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해 이 대통령이 일본에 위안부에 대한 배상을 촉구하면서 긴장은 다시 고조됐다.
비록 한국과 일본의 경제·문화적 교류가 활발하지만 한국인에겐 36년간의 식민 지배시기에 대한 억울함이 여전히 깊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경제적 이익 등 합리적 전략 관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한국인들은 일본을 동맹국이라 여기지 않는다”고 란코프 교수는 설명했다.
◇정치 이슈화된 식민 과거=식민 과거사는 세 나라의 국내 정치 문제로 비약돼 더욱 해결이 어려운 양상을 띤다. 온건한 진보를 의미하는 리버럴 성향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 또한 강경 노선을 취하도록 국내 압력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항의, 주한 일본 대사를 소환하고 국제사법재판소에 독도 문제를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6월 정치적 압력으로 양국 간 군사정보를 교류케 하는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을 미뤘다고 전하며 한국 내 절차상의 문제 등 실질적인 체결 보류 이유는 간과했다.
로이터는 역사 문제 때문에 동아시아 삼국이 과거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 대한 공통된 인식 부재가 원인”이라고 교토의 스탠퍼드 센터장 앤드루 호밧은 지적했다. 일본이 과거 문제에 대해 주변국에 진정성 있게 사과하지 않은 것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컬럼비아대 게리 쿨티스 교수는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진심 없는) 사과에 끊임없이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동중국해 영유권 문제도 가열되고 있다. 일본의 과거 군국주의 상징인 야스쿠니 참배도 매년 광복절마다 반복돼 한국과 중국을 주목케 한다.
이러한 갈등 관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교류는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과 일본의 지난해 무역은 14.3% 증가했다. 중국은 한국의 제1 교역국이다. 전문가들은 세 나라의 경제 협력 관계가 동아시아의 충돌 위기를 억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