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경매장터 ‘온비드’ 인기 폭발… 금괴·경찰차·유명화가 그림에서 칠면조·토지까지 매물로

입력 2012-08-15 18:51


20년 넘게 우체국에서 일한 A씨는 외환위기 때 명예퇴직을 한 뒤 우편 운송 대행업체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업무에 이용할 차량의 할부금을 매달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차량이 없는 A씨는 어쩔 수 없이 매달 수십만원을 지불하며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인터넷 공간에서 강원도 원주우체국이 소형 운송차량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인터넷에 나타난 가격은 시중의 중고 운송차량과 비교할 때 A씨가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저렴했다. A씨는 차량을 직접 구입했고, 할부금 부담에서 벗어나 우편 운송 업무를 계속할 수 있었다.

평소 인터넷 공간에서 부동산 매물을 눈여겨보는 B씨는 지난해 고향 근처의 토지가 헐값에 나온 것을 발견했다. 감정가는 503만원이었지만 경매에서 8번 유찰된 토지였다. 가격은 176만원까지 낮아져 있었다. B씨는 184만원에 응찰, 결국 토지의 주인이 됐다.

A씨와 B씨가 소형 운송차량과 토지 매물을 확인한 인터넷 공간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온라인 입찰 시스템인 ‘온비드(On-Bid System)’다. 15일 캠코에 따르면 온비드는 모든 공공기관의 자산처분 공고와 입찰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캠코는 입찰·계약·등기 등의 제반 절차를 모두 온라인상에서 처리토록 지원한다.

온비드를 통하면 공공기관은 자산을 신속히 처분, 투명하게 재정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고객은 공공기관에서 나온 물품을 싸고 간편하게 장만할 수 있다. 온비드가 활성화되면서 매물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칠면조에서부터 유명화가의 그림, 금괴, 경찰차까지 각양각색의 매물이 나와 있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해 동산담보대출 시행을 결정하며 “캠코의 온비드 시스템을 개선, 인프라를 더 확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온비드 동산 처분 추이는 나날이 증가폭을 키우고 있다. 연도별 낙찰 건수는 2003년 584건에서 지난해 1만2428건으로, 낙찰 금액은 같은 기간 161억원에서 274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은퇴 자영업자들이 은퇴 이후 소자본으로 창업하기 위해 온비드를 찾는 경우가 많다. 식당 사업을 모색하는 사람은 온비드에 나온 학교 급식 기구를, 어린이집을 운영하려는 사람은 온비드에 나온 놀이기구를 사는 식이다. 김장래 캠코 온비드사업실장은 “공공기관에서 나온 물품이기 때문에 출신이 확실하고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서는 온비드를 이용해 저렴한 내집 마련에 나서는 사람들도 많다. 온비드 공매는 일반 경매보다 저렴한 수준에서 낙찰가율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주거용 건물 경매의 낙찰가율은 감정가의 81.9% 수준이었지만 온비드 공매는 77.5%를 기록했다. 토지 분야에서도 경매는 감정가의 69.7%이지만 온비드 공매는 60.7%를 기록했다.

온비드에서는 500만원 안팎의 소액으로 어엿하게 부동산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지난해 온비드 거래 부동산 물건의 가격 분포를 보면 500만원 이하가 8967건(14%), 500만∼1000만원이 8402건(13%)을 차지했다. 김 실장은 “전국 각지에서 나온 다양한 가격대의 매물이 온비드 곳곳에 숨어 있다”고 귀띔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