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생으로 마무리된 두물머리 유기농가 갈등
입력 2012-08-15 18:37
유기농지 이전을 둘러싸고 3년 동안 갈등을 빚었던 정부와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마을 농민들이 종교계의 중재로 생태학습장 조성에 합의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행정대집행에 따른 비닐하우스단지 강제철거가 예고돼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됐지만 이해와 양보로 아름다운 결말을 맺었다.
이번 갈등은 두물머리 유기농 비닐하우스단지가 4대강 사업지구에 포함된 200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정부에 맞서 두물머리의 일부 농가가 유기농업 현장에서 물러날 수 없다며 이전을 거부한 것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정부, 전문가, 시민이 참여해 영국의 라이톤 정원이나 호주의 세레스 환경공원처럼 조성하자는 종교계의 중재였다. 정부의 생태공원 계획에 두물머리 유기농 역사를 더해 상생모델을 만들자는 것으로 합의됐다.
무엇보다 정부와 농민을 중재하며 생태공원 조성이란 아이디어를 낸 종교계의 노력이 돋보인다. 비닐하우스 철거라는 정부의 정책목표와 유기농 현장 보존이라는 농민들의 자존심을 다 함께 살려준 전문가적 판단이 주효했다는 말이다. 수목식재, 산책로 및 유지관리도로 조성이라는 정부의 당초 계획을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바꿔 서로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이번 합의로 정부, 지자체, 종교계, 농민 측 추천 인사로 구성될 협의기구가 어떤 세부안을 마련할지도 관심거리다. 무조건적 개발이 아니라 생태적으로 보존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모처럼의 상생 정신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모범적인 생태학습장이 조성되길 기대한다. 두물머리가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라이톤 정원이나 세레스 공원에 버금가는 장소로 거듭났으면 한다.
다만 정부 소유인 하천부지를 점용하면서 이미 이전이 완료된 지역까지 불법경작을 확대하고 공사를 방해한 점은 아쉽다. 보상과 지원을 약속받고도 자기의 주장만 고집하는 농민들의 ‘떼법’이 통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행정우선주의가 아니라 대화와 설득을 통해 모처럼 상생의 모델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