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8·15 경축사] 對日압박 짧지만 단호… “위안부 全인류적 문제” 강조

입력 2012-08-15 21:11


이명박 대통령의 제67주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대일(對日) 메시지다. 69자, 단 두 문장에 불과했지만 상당한 의미를 함축했다는 평가다.

◇‘독도’는 행동으로, ‘위안부’는 보편적 인권 문제로=이 대통령은 독도를 전혀 거론하지 않은 채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 성토했다. 지난 10일 전격적인 독도 방문으로 ‘우리 땅에 우리 대통령이 갔다’는 메시지를 던진 만큼, 이번에는 편협한 일본의 역사인식 행태를 전 세계에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5일 “한·일 과거사를 양국 차원이 아니라 전 인류적 가치문제로 돌림으로써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집권 마지막 대일 메시지가 차기 정부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남북관계는 ‘깜짝 대북제안’을 하진 않았지만 북한이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여줄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전 8·15 경축사가 ‘원칙 있는 대북정책’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번에는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에 무게가 실렸다. 이 대통령이 “이제 북한도 변화를 모색해야 할 상황이 됐다. 우리는 그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와 민생은 임기가 없다”=이 대통령은 경축사의 상당량을 경제에 할당했다. 이 대통령은 “저와 정부는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보는 일을 국정 최우선 순위에 놓고 전력을 쏟을 것”이라며 “양극화 문제에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밤잠을 설치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임기를 6개월여 남겨둔 정부지만 우리 경제에서 세계경제 불황의 먹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손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선진일류 국가 도약을 위한 핵심 철학으로 ‘창의성’을 앞세웠다. 또 “더 이상 남을 따라가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앞장서서 길을 열어야 한다. 누구도 가본 적이 없는 ‘코리안 루트’를 개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달 전부터 경축사 준비=이 대통령은 임기 중 마지막 경축사에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한 달 전부터 독회를 주재하며 원고를 만들었고 많은 부분을 이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동안 경축사 독회만 10여 차례 했고 참모진 회의도 20회 이상 열렸다. 경축사 연설 도중 박수는 지난해 38차례보다 적은 28차례였다. 위안부 문제를 언급할 때는 잇따라 3번 연속적으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를 마친 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영웅’ 손기정옹을 주제로 한 ‘나는 한국인’ 영상 등을 관람했다. 이어 세종문화회관 경축식장에 시대별 태극기가 입장했다. 독도경비대원 2명이 태극기를 들고 무대에 나왔고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궁 기보배, 레슬링 김현우, 태권도 황경선, 펜싱 김지연 선수 등 4명도 선수단복 차림으로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