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굴당’ 최고 시청률 40.7%… KBS 주말드라마 ‘흥행불패’

입력 2012-08-15 17:56


지난해 8월 초 서울 논현동 한 호텔에서 열린 KBS 2TV 새 주말극 ‘오작교 형제들’ 제작발표회. 출연자 중 한 명인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 유이는 캐스팅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시청률 20%대를 안고 간다는 KBS 주말극에 출연하게 됐으니 (제겐) 정말 큰 기회죠.”

당시 중견배우 백일섭은 “첫 방송 시청률 25% 돌파를 기대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탤런트 최정윤 역시 “첫 회 (시청률) 25%를 예상한다. 끝날 때는 40% 이상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만약 KBS 주말극이 아닌 다른 드라마 제작발표회였다면 어땠을까. ‘시청률 25%’ 운운하는 발언은 허세 섞인 말로 치부됐을 것이다. 출연자들의 기대어린 발언은 ‘오작교 형제들’이 KBS 새 주말극이었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실제로 ‘오작교 형제들’은 지난 2월 마지막회 방영 당시 시청률 36.3%를 기록했다.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KBS 주말극의 연타석 홈런 이유는=15일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주말 저녁 8시대에 KBS 2TV에서 방송된 드라마 10편의 평균 시청률은 26.9%에 달한다. 그런데 이 같은 수치 역시 인지도가 낮은 첫 회 시청률까지 합산해 나온 시청률일 뿐, 궤도에만 오르면 시청률 30%대는 우습게 넘나드는 게 KBS 주말극이다. 예컨대 현재 방영 중인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지난 12일 시청률은 40.7%나 됐다.

그렇다면 왜 시청자들은 KBS 주말극에 열광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동시간대 여타 지상파에서는 드라마가 아닌 ‘8시 뉴스’를 내보낸다는 점을 꼽는다. KBS 입장에서는 토·일요일 저녁 8시대가 드라마 경쟁작이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인 셈이다. 하지만 엄청난 인기를 이러한 ‘여건’만으로 설명하는 건 무리다. MBC가 주말 뉴스데스크 방송 시간을 저녁 8시로 옮긴 2010년 11월 이전에도 KBS 주말극 인기는 고공행진을 했다.

드라마 평론가 이영미씨는 중장년 시청자층의 시청 패턴을 주요한 인기 배경 중 하나로 꼽는다. 평일 KBS 1TV 저녁연속극을 보던 시청자들이 주말이면 2TV 주말극으로 옮겨가는 패턴이 수십 년간 이어지면서 하나의 경향으로 고착화됐다는 설명이다.

“저녁 8시20∼30분에 시작하는 KBS 1TV 저녁연속극은 같은 시간에 방송되는 MBC 드라마보다 항상 시청률이 높아요. 20%도 넘게 나오죠. 이 분들이 주말이면 비슷한 시간에 방송되는 KBS 2TV 주말극으로 이동하는 거예요. 1990년대부터 이어진 중장년층의 시청 습관이 반복되고 있는 거죠.”

작품 내용 측면에서 KBS 주말극 특유의, 가족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을 경쾌하게 풀어내는 솜씨가 인기 비결이라는 지적도 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KBS 주말극은 보통 출생의 비밀, 혼사 문제, 고부 갈등 등을 다루는데 이런 문제를 부담스럽지 않게 그려낸다. 아울러 나름의 해법도 제시한다. 이러한 점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젊은층은 안 보는 주말극… “타성에 젖었다”는 지적도=흥행불패의 신화를 써내려가는 KBS 주말극이지만 그 속을 뜯어보면 시청자층이 뚜렷하게 갈린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 30대 상당수는 KBS 주말극을 외면한다. 최근 5년 동안 방송된 10편의 성별·연령별 시청률을 비교해보면 60대 이상 여성층의 평균 시청률은 25.6%인데 반해 20대 여성 시청률은 3분의 1 수준인 8.5%에 불과하다.

KBS 주말극이 ‘따뜻하게 마무리되는 가족의 갈등’이라는 똑같은 주제만 반복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석진 교수는 “드라마가 인간과 인생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영상예술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KBS 주말극은 같은 이야기만 하는 ‘자기복제’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혹평했다. 대중문화평론가인 김교석씨는 “보수적인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내용이 (젊은층과는 동떨어진) 결혼이나 가족 갈등 등을 다룰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S 주말극이 여타 미니시리즈처럼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때론 실험성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은 앞으로도 계속 가족극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해체’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보는 드라마를 만드는 것도 방송사의 의무예요. 다만 젊은 시청자층을 흡수하기 위해 30, 40대 작가에게 계속해서 대본을 맡길 생각입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