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깊고 푸른밤… 황홀경에 빠지다

입력 2012-08-15 17:51


제주도의 깊고 푸른 밤은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의 자구내 포구 앞바다에 위치한 차귀도에서 시작된다. 죽도, 와도, 지실이섬 등 3개의 섬과 작은 암초로 이루어진 차귀도는 죽도가 본섬이고 나머지는 부속섬. 무인도인 차귀도는 토끼들의 천국으로 깎아지른 해안절벽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연출한다.

해풍에 건조 중인 한치가 만국기처럼 펄럭이는 자구내 포구는 차귀도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포인트. 해질 무렵 이곳에서 수월봉 절벽 아래까지 이어지는 바닷가 올레길을 느릿느릿 걷다보면 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차귀도를 배경으로 황홀한 저녁노을이 펼쳐진다.

차귀도에는 이름에 얽힌 전설이 전해온다. 중국 송나라의 호종단이라는 사람이 장차 제주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태어날 것을 우려해 제주도의 지맥과 수맥을 모조리 끊고 돌아가던 중 차귀도에 이르자 매로 변신한 한라산 수호신이 돌풍을 일으켜 배를 침몰시킨다. 호종단이 돌아가는 길(歸)을 막았다(遮)고 해 차귀도(遮歸島)로 불렀다고 한다.

여느 바닷가와 마찬가지로 차귀도의 저녁노을은 처음엔 계란 노른자가 묻어 있는 것처럼 볼품이 없다. 그러나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먹구름을 걷어내면서 차귀도의 스카이라인에 걸린 금빛 태양과 장엄한 저녁노을은 동백꽃보다 훨씬 더 붉게 피어오른다. 이어 금빛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면 활활 타오르던 구름이 순식간에 잿빛으로 사그라진다.

차귀도의 진짜 저녁노을은 꺼져가던 불씨가 되살아나듯 잿빛으로 퇴색한 구름이 느닷없이 찬란하고도 황홀하기 짝이 없는 선홍색으로 물들면서 시작된다. 수평선으로 가라앉은 태양이 지구 저편에서 짧은 시간 동안 높은 구름에 빛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삽시간의 황홀마저 사라지고 나면 수평선에 길게 늘어선 제주은갈치잡이 어선들의 집어등이 불을 밝힌다. 비행기 활주로를 밝히는 가로등처럼 길게 늘어선 어선들을 경계로 하늘과 바다는 시시각각 청색에서 암청색으로 짙어진다. 제주도의 깊고 푸른 밤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제주도의 밤은 칠흑 같은 어둠이 장막처럼 드리운 한밤에 더욱 화려해진다. 밤을 화려하게 수놓는 곳은 서귀포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중문관광단지의 롯데호텔제주 캠핑존. 지난해 풍차 라운지 주변에 조성된 11개동의 캠핑존에 이어 지난 1일 선보인 캠핑존가든이 그 주인공이다.

300평 규모의 잔디정원에 들어선 캠핑존가든은 6대의 최고급 캠핑 트레일러로 꾸며져 있다. 캠핑 트레일러는 포레스트 리버사의 최신 모델 6대로 내부에는 고급 가구와 침대, 소파, TV, 플레이 스테이션, 보드게임, 노래방 기기 등을 장착해 캠핑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조리사 유니폼을 갖춘 아빠가 자연 속에서 아내와 자녀에게 바비큐를 직접 구워 대접하는 ‘아빠는 요리사’ 콘셉트로 탄생한 캠핑존가든은 가정의 화목을 중시하는 네스팅족에게 더없이 소중한 가족여행의 추억을 안겨주는 곳. 캠핑 트레일러 주변에 라탄 스타일의 캐노피를 설치해 자연에서 특급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기분을 느끼도록 했다.

캠핑존가든에서의 야외만찬은 제주청정한우 보들결 꽃등심을 비롯해 제주산 흑돼지 오겹살, 랍스터, 수제 소시지, 전복, 새우 등 푸짐하고 알찬 요리들로 꾸며진다. 이용금액은 성인 기준으로 점심 8만원, 저녁은 요일에 따라 11만원에서 12만원(064-731-4261).

제주=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