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들 “日 정부, 양국 정상간 셔틀외교 보류 고려”

입력 2012-08-15 00:54

일왕의 사과를 언급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상도 14일 이 대통령의 발언 관련 보도는 알고 있지만 그런 내용을 한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못했다고만 언급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일 관계가 급격히 냉각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우익성향의 산케이 신문은 “이명박 정권에서 일왕 방한이 구체화됐던 적은 없다”고 강조하며 “이 대통령이 독도 방문에 이어 대일관계에 강경한 자세를 보여 ‘애국적 대통령’으로 임기를 끝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신문은 “(이 대통령이) 당돌하게 언급했다”는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일본 정부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에도 신중한 자세를 보였던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의 보류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외무성 관계자의 반응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9월 초 APEC 정상회의 기간의 양국 정상회담은 물론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방한도 당분간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무성의 한 관리도 AFP통신에 “APEC 회의 기간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더라도 공식적으로 계획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취소’는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한 물밑접촉은 해왔다는 뜻으로 이해되는 부분이다. 이 관리는 또 “우리의 견해를 이 대통령 면전에서 말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면서 “그러나 현시점에서 정상회담이 성사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내용을 보도하며 “(이 대통령이) 광복절을 앞두고 국민들의 역사의식을 자극해 지지율 향상으로 연결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고, 지지통신도 “(한국 대통령이) 일왕 방한을 실현하려면 사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속보를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긴급뉴스로 전하며 “이 대통령이 모든 나라에 국빈 방문했지만, 일본은 국빈으로 방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일본 매체들은 이 대통령의 사과 요구 발언을 우선적으로 보도하면서 보통 존칭을 생략하는 기사제목에서부터 ‘폐하’를 의도적으로 붙이고, 기사에도 ‘말씀(お言葉)’과 같은 극존칭 표현을 일부러 써가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접한 보수성향의 일본인들 역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thinkonsun’는 “일왕을 인용해 위로부터의 사죄를 요구하면 (한국에) 가려 했다가도 가지 않을 것 같다”며 이번 ‘소동’으로 (관계가) 악화될 것 같다고 언급했고, 아이디 ‘@kmizumar’는 일왕이 한국 방문을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의 출처가 어디냐고 반문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