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중등학교에 수돗물 ‘아리수’ 음수대 설치… “마셔도 될까?” 학생·학부모 불안

입력 2012-08-14 19:42

팔당호 녹조 현상으로 먹는 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시내 모든 초·중등학교에 정수기 대신 아리수(수돗물) 음수대를 설치하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학생·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시교육청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서울지역 모든 초·중등학교에 아리수 음수대를 설치하는 ‘급수사업 개선사업’을 2014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현재 서울시내 1323개 초·중등학교 중 정수기를 치우고 아리수 음수대를 설치한 학교는 746개 학교다. 70여개 학교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안전성이다. 서울시 상수도본부는 정수효과가 뛰어난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설치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고도정수처리를 거친 물은 안전하다는 쪽이 다수지만 외부 환경요인(녹조 현상)이 변했으므로 장담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이현정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박사는 “원수(原水)인 한강이 오염된 상태에서는 수돗물 사고 발생 가능성이 상존한다”면서 “고도정수처리시설이라도 녹조가 지속되면 여과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시설만 믿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수돗물의 안정성을 지지하는 입장이었지만 녹조로 인해 ‘장담하기 어렵다’로 입장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또한 고도정수처리시설에서 처리된 수돗물은 제한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상수도본부에 따르면 서울시내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시설 6군데 중 고도정수처리시설이 가동 중인 시설은 영등포 한 곳뿐이다. 서울시내 1일 정수용량 313만t 중 고도정수처리가 가능한 물은 14%인 46만3000t에 불과하다.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부모는 “당분간 집에서 보리차를 끓여 싸줄 것”이라며 불안해했다. 종로구의 초등학교 교감은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지만 개별 학교 차원에서는 딱히 대책이 없다”면서 “학부모들이 계속 불안해하면 학생들에게 식수를 담아가지고 다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충주댐 방류량 증가와 강우의 영향으로 한강의 녹조 현상은 점차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13일 잠실수중보 상·하류의 수질 검사를 실시한 결과 2곳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조류주의보 발령의 기준이 되는 클로로필-a와 남조류 세포 수가 기준치 미만으로 검출됐다. 시 관계자는 “강원 및 충북지역에 최고 200㎜의 비가 예상돼 녹조 현상이 감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