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영어 익힌 조병수씨 자녀 교육방법은… 예절·표현력 중시 ‘꿈찾기 프로젝트’ 역점

입력 2012-08-14 19:30


‘토익 꼴찌에서 외국계 기업 대표까지’.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들은 물론 ‘인생 반전’을 꿈꾸는 직장인들의 눈길을 확 끌만한 부제가 붙은 책 ‘글로벌 커리어를 만드는 영어공부법’을 최근 출간한 조병수(45·스와로브스키코리아 대표이사)씨. 서른 살 때까지 토익 200문항 중 1문제도 풀지 못했던 ‘영맹(영어 문맹)’이었으나 독학으로 영어를 익혀 외국계 기업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노력만 하면 누구나 영어 실력을 쌓을 수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 이 책을 냈다”고 했다.

뒤늦게 영어공부 하느라 고생께나 한 그가 영어조기교육이 대세인 요즘, 자녀들에게 영어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조씨는 예고 2학년인 맏딸 예슬(17), 중3인 둘째 아들 현(15), 초등학교 3학년인 막내 아들 현우(9) 삼남매를 두고 있다.

“아이들을 영어 학원에 보내는 대신 거실을 이렇게 가족공동서재로 꾸며 놓고 TV를 추방한 다음 가족이 함께 책을 읽고 늘 영어방송이나 음악을 조그맣게 틀어 놓아 영어와 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줬습니다.”

지난 9일 경기 일산 가좌동 자택에서 만난 조씨는 지나치게 평범한 답을 내놨다. 그렇다면 혹시 영어 고액과외나 전문 어학원에 보내는 것은 아닐까? 조씨는 “아이 셋 모두 영어유치원은커녕 영어학원도 보낸 적이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큰 아이가 중학생 때 홍콩에 데려가 영어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 게 도움이 되서 이번 여름방학 때는 둘째를 홍콩에 데리고 갈 계획”이라고 했다. 초등생의 해외어학연수가 일반화된 마당에 이건 비결이라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조씨는 “영어보다는 밝은 성격과 올바른 예의, 우리말로 똑바르게 자기표현을 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삼남매를 위해서 한 것은 영어조기교육이 아니라 ‘꿈찾기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이름만 거창하지 사실은 아이들과 주말마다 음악회 그림전시회, 과학관 같은 곳을 다니면서 재미있게 노는 겁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게 하면서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분야가 나타나면 좀더 전문적인 경험을 하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 주는 것이 조씨의 프로젝트 진행 요령. 그는 ‘이건 어때?’‘저게 괜찮지?’ 등등 부모가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금물이라고 했다. 뭐든 부모가 하자고 이끌면 아이들은 시나브로 흥미를 잃어버리기 때문.

어려서부터 그림에 관심을 보였던 예슬이는 중3 때 조소 전공을 하겠다고 결정, 예고에 진학했다. 이번에 조씨가 출간한 책 표지를 그려 솜씨를 뽐냈다. 과학전시회를 즐겼던 현이는 얼마 전 천문대를 다녀와선 우주과학자로 진로를 결정했다. 틈만 나면 뚝딱뚝딱 로봇을 조립하는 현우는 일찌감치 로봇과학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조씨가 ‘꿈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공부 열심히 하라’고 아이를 닦달해대는 아내 덕분(?)이었다고.

“예슬이가 초등학생 때 하기 싫다는 학습지를 억지로 시키는 것을 보면서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아이들 교육을 내가 맡겠다고 나섰죠.”

그 이후 주말마다 아이들과 전시관 순례를 나서면서 한달에 한두 번은 대형서점에 가서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한 아름 사 안기고는 거실서재에서 같이 읽고 있다. 삼남매 모두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목 학원도 전혀 보내지 않고 있다.

조씨의 아내 전원희(45)씨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주말을 통째로 내놓는 남편이 고맙기는 하지만 아직도 불안한 마음이 남아 있다”고 털어놓는다. “성적을 좀더 끌어올리려면 방학 때만큼은 영수 학원을 다니면서 보충을 해야 하는데…” 엄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예슬이와 현이는 손사래를 쳤다.

현이는 “처음에는 모르는 문제가 나올 때 답답했는데, 계속 혼자 연구해 이해하게 되면 기억이 오래 남아 좋다”고 말했다. 예슬이도 “미술학원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독창성을 인정받아 예고에 합격할 수 있었다”면서 혼자 하는 공부가 진짜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사교육과는 담 쌓은 이 집에서 다른 가정에선 보기 드문 풍경이 한 가지 더 있다고. 오전 7시에 다섯식구가 함께 아침밥을 먹는 것.

막내 현우는 “아침은 졸면서 먹는다”면서도 엄마와 아빠, 누나 형이 하는 얘기는 다 듣는다고 했다. 모두들 식사하면서 전날 있었던 얘기, 오늘 할 일들에 대해 얘기한다고. 이때 조씨 부부는 ‘음식을 먹을 때 소리를 내면 안 된다’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 때까지 기다리고 어른이 다 드신 다음 수저를 내려놔라’ 등등 생활예절을 일러 준다. 이 ‘밥상머리’ 교육이 이집 삼남매가 ‘예절 바르다’고 주변에서 칭찬을 듣는 비결이기도 하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