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결산(中) 대회 운영 새 패러다임] 쿠베르탱 지론 완전히 뒤바꿔

입력 2012-08-14 18:59

영국은 근대 스포츠의 요람이다. 올림픽 경기 종목의 대부분이 영국에서 경기규칙이 만들어져 전 세계의 표준이 됐다.

영국의 중심 런던은 1908년과 1948년에 이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3번째 하계 올림픽을 개최했다. 그런 자부심을 바탕으로 런던은 이번 대회에 올림픽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도했다. 친환경 올림픽과 친관중 올림픽, 양성평등 올림픽이 그것이다.

친환경 올림픽은 경기장 건설부터 시작했다. 런던은 개최신청 단계에서 ‘폐기물 제로 대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올림픽 시설 공사때는 기존 철거되는 건물에서 나오는 폐자재를 98%이상 재활용했다. 농구 경기장은 임시 구조물로 이뤄져 철거가 가능하도록 했고, 주 경기장은 폐가스관을 활용해 임시 관중석을 만들었다. 주 경기장과 수영장 등 올림픽 핵심 경기장이 들어선 올림픽공원은 원래 쓰레기 매립지였으나 오염된 흙을 씻어 공사하는 방법 등으로 친환경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친관중 올림픽은 이번 대회가 내세우는 자랑 중의 하나다. 그동안 올림픽은 미디어 친화적 정책을 써 TV중계 편의를 위해 경기방식을 바꾸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해왔다. 그 와중에서 관중편의는 소외되기 일쑤였다. 런던올림픽은 관중들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최선의 서비스를 했다. 경기장은 조명을 적절히 활용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경기장에 장내 아나운서를 배치해 응원전을 이끌면서 즉석 인터뷰 등으로 관중들의 경기 몰입도를 높였다. 미리 준비한 비디오로는 경기해설을 곁들이기도 했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관중들에게 대회조직위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표했다. 입장권은 오전·오후·저녁 경기 등 하루 3차례 경기로 나눠 3차례 다른 입장권을 팔았으나 거의 매진사례를 이뤘다. 관중들의 관전태도는 근대 스포츠 발상지답게 최고의 매너를 보였다.

양성 평등은 2013년 2월 퇴임을 앞둔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야심적인 프로젝트였다. 런던 올림픽은 이를 위해 모든 남성 종목에 여성 종목을 꼭같이 맞췄다. 이번 올림픽에 여자복싱을 신설했고 다음 올림픽에는 여자 럭비가 들어간다. 사우디아라비아, 브루나이 등 이슬람 국가는 여성 선수를 처음 올림픽에 출전시켰고 미국은 여성선수 수가 남성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양성 평등의 가장 상징적인 모습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시상식 도우미가 모두 남성선수로 바뀐 점이다. “올림픽에서 여성의 역할은 시상식 꽃을 나르는 일”이라던 근대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의 말이 완전히 뒤바뀐 런던 올림픽이다.

런던=서완석 국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