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뜨는 별 영롱하고… 지는 별 아름답고

입력 2012-08-14 18:58

인류 최대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은 스타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기존 강자들의 무덤이기도 했다. 런던올림픽에서도 자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힘찬 포효와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는 스타들의 눈물이 교차했다.

◇국내의 뜬 별과 진 별=한국 올림픽 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양학선(20·한체대)은 가난을 극복한 ‘휴먼 스토리’까지 덧붙여져 런던올림픽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자신의 이름을 딴 ‘양1’ 기술에 이어 다음 올림픽에서는 ‘양2’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양궁 2관왕 기보배(24·광주시)도 뜬 스타다. 양궁 최강국의 자존심을 지켜냈을 뿐만 아니라 양궁 남자 개인 금메달리스트 오진혁(31·현대제철)과의 ‘금빛 로멘스’로도 화제가 됐다. 펜싱 사브르에서 세계랭킹 1·2위를 연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건 김지연(24·익산시청)과 비록 5위에 그쳤지만 국제무대 경쟁력을 확인한 리듬체조의 손연재(18·세종고)도 다음 올림픽에 기대감을 품게 했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감독은 ‘형님’으로 돌아왔다. 한국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일궈내며 감독으로 재조명돼 벌써부터 차기 월드컵 감독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반면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 역도 최강에 올랐던 장미란(29·고양시청)은 부상과 경쟁자들의 급격한 성장에 밀려 무대 뒤로 물러났다. 베이징올림픽의 영웅 사재혁(27·강원도청)도 부상을 당해 아쉬움을 남기며 무대를 떠났다. 올림픽 5회 도전을 마친 핸드볼의 윤경신(39)도 ‘전설’로 남았다. 한국 탁구의 간판 오상은(35·대우증권), 주세혁(32·삼성생명), 유승민(30), 김경아(대한항공)도 아쉬움 속에 ‘타도 중국’의 기치를 후배들에게 넘겼다.

◇해외의 뜬 별과 진 별=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26)는 올림픽 2대회 연속 단거리 3관왕(100m·200m·400m계주)으로 올림픽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야말로 볼트 천하. 볼트 등장 전 단거리 트랙을 호령했던 굵직한 스프린터들은 들러리로 전락해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타이슨 게이(30·미국)와 아사파 파월(30·자메이카), 저스틴 게이틀린(30·미국)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단거리 주자들은 볼트의 독주 앞에 빛을 보기 어렵게 됐다.

남자 110m 허들에서 정상탈환을 노렸던 ‘황색 탄환’ 류샹(중국·29)도 첫 번째 허들을 넘다 넘어져 허망하게 올림픽을 마쳤다. 재기를 다짐했지만 중국 자국 언론들도 ‘사실상 그의 시대가 끝났다’며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세계신기록을 28번이나 갈아치운 장대높이뛰기의 ‘절대 지존’ 옐레나 이신바예바(30·러시아)도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 속에 동메달에 그쳤다. 미국 수영의 ‘황제’ 마이클 펠프스(27)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개를 따내고 은퇴를 선언, 화려하게 권자에서 내려왔다.

런던올림픽을 통해 뜬 스타도 많았다. 중국의 쑨양(21)은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23·SK텔레콤)을 누르고 최강자의 자리에 오른 뒤 1500m에서도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세계적인 수영 스타로 부상했다. 중국의 16세 소녀 예스원은 개인혼영 400m와 개인혼영 200m를 석권했다. 미시 플랭클린(17·미국)는 여자 배영 200m·100m, 단체전 계영 800m, 혼계영 400m 등 4관왕으로 ‘여자 펠프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