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재정긴축안 ‘뜨거운 감자’… 당내서도 논란
입력 2012-08-14 18:44
폴 라이언 미 하원의원이 공화당 밋 롬니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지 이틀도 안 돼 그가 주창한 과감한 재정긴축안(예산안)이 롬니 대선 캠프에 ‘뜨거운 감자’가 되는 분위기다.
롬니 전 주지사는 1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유세장에서 “라이언의 예산안은 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면 나 자신의 예산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번영으로 가는 길’로 이름 붙여진 라이언 의원의 예산안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기자들의 거듭되는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했다. 롬니 대선 캠프 관계자도 “라이언의 재정개혁안은 우리 것이 아니다. 롬니 후보는 재정적자를 줄일 자신의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롬니 대선캠프가 ‘라이언 예산안’과 거리를 두려는 것은 정치적으로 이로울 게 없는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 건강보험) 시스템을 수급자에게 바우처(쿠폰)를 나눠주고 그 한도 내에서 민영보험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개편하는 내용은 특히 폭발성이 크다. 민주당은 ‘메디케어 민영화 방안’이라고까지 혹평하고 있다. 의회예산국은 라이언 예산안에 대한 분석보고서에서 이 경우 재정지출은 약간 줄겠지만 수급자들이 연평균 6400달러를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푸드스탬프(빈곤층 음식 지원), 메디케이드(빈곤층·아동 건강보험)에 대한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도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데 유리할 게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선캠프는 라이언 예산안의 구체적 내용이 알려지면 보수적인 유권자도 롬니 지지를 망설이게 될 것이라며 메디케이드 개편안 등에 공격의 초점을 둘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부통령 후보로 라이언 의원을 지명한 것이 아직까지는 롬니 후보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이 등록유권자 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라이언 의원 지명 이후 롬니에 대한 의견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응답은 26%인 데 비해 변함없다는 응답은 51%나 됐다.
한편 라이언 의원이 부적절한 정치자금을 받았으며 취득한 정보로 경제적 이익을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라이언 의원은 1999년∼2005년 위스콘신주 운송업자인 데니스 트로하로부터 5만8102달러의 정치자금을 기부 받았다.
이후 트로하는 2007년 ‘인디언 카지노’ 개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짐 도일 당시 위스콘신 주지사와 민주·공화 양당 의원 20여명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이 문제가 돼 기소됐으며, 이 가운데 라이언 의원도 포함됐다. 당시 라이언 의원은 위법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나 라이언 의원이 당시 카지노 개장을 측면 지원했다는 ‘정황 증거’가 잇따라 나왔다고 WP는 전했다.
라이언 의원이 4년 전 은행 부문 위기를 설명한 비공개 고위직 회의에 참석한 날 은행 주식을 처분, 취득한 정보로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