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사용할수록 손해… 말뿐인 저출산대책

입력 2012-08-14 22:13

육아휴직을 앞두고 직장인 장은정(가명·31·여)씨는 회사 총무팀으로부터 “육아휴직 기간 동안 국민연금 보험료를 회사에서 내주지 않는다”고 통보 받았다. 노후대책으로 국민연금에 관심이 많던 그는 가입 기간이 길수록 국민연금 액수가 높아지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육아휴직 중에도 연금 가입을 이어가려 했지만 장씨는 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 부담분까지 내야 해 보험료가 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장씨는 “정부가 출산 장려책으로 육아휴직을 독려하고 있지만 손해가 너무 많다”며 “경력단절이나 소득감소도 속상한데 국민연금까지 손해를 봐야 하느냐”고 말했다.

장씨처럼 직장 가입자가 육아휴직을 하면 납부예외가 적용되면서 만 65세 이후 받게 되는 국민연금 액수가 줄어든다. 육아휴직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연금액도 작아진다. 정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데 국민연금 제도는 출산장려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직장가입자는 보험료를 회사와 근로자가 반씩 부담한다. 국민연금 납부 의무자인 사업주는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하면 근로자 동의 없이 국민연금공단에 ‘납부예외신청’을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기업이 납부예외를 신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기간인 출산휴가 90일 중 근로복지공단이 월급을 지급하는 1개월까지도 납부예외기간이다. 최장 12개월 육아휴직을 하는 근로자는 13개월의 손해를 보게 된다.

육아휴직에 따른 연금 손해액은 소득에 따라 몇 천원에서 10만원 이상에 이른다. 2008년 1월 입사한 장씨가 30년 동안 월 평균 250만원(예상소득상승률 2%)씩 받고 일한다고 가정하면 육아휴직을 할 때마다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을 때 장씨가 받는 연금액은 대략 71만8740원(현재 가치). 자녀를 낳을 때마다 육아휴직을 하면 연금액수는 2만4000∼2만9000원가량씩 줄어든다. 국민연금은 출산장려책의 일환으로 자녀가 2명 이상인 가입자의 연금 액수를 올려주는 ‘출산 크레디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출산크레디트가 가산돼도 육아휴직을 하면 아이를 낳지 않을 때보다 연금액수가 적다.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와 비교하면 연금액수 차이는 더 커진다. 장씨가 자녀를 3명 낳고 매번 12개월씩 육아휴직을 한 경우 69만450원의 연금을 받는다.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을 때의 연금액 76만310원보다 무려 6만9860원씩 덜 받는 것이다.

다른 공적 연금은 가입자에게 이런 손해를 안기지 않고 있다. 공무원연금·사립학교교직원연금·별정우체국연금은 육아휴직 기간에도 본인부담금의 보험료만 내면 된다. 정부와 법인은 이들 보험료의 절반을 꼬박꼬박 내준다. 가입자는 보험료를 다달이 내거나 추후 한꺼번에 내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지난달 말 기준 1992만5000명이고 나머지 공적연금 가입자는 133만2649명이다. 보건복지부 류근혁 국민연금정책과장은 “출산크레디트로 어느 정도 보완이 된다고 봤는데 부족한 부분에 대해 오는 10월 발족하는 ‘국민연금제도개선위원회’에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