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R 신뢰성 입증… 용인 사고 조사 결과 8월 30일 1차 발표
입력 2012-08-14 18:43
사람이 타지 않고 원격제어장치로 움직이는 빨간색 스포티지R 차량에 시동이 걸렸다. 시속 50㎞로 200여m를 달린 뒤 정차돼 있던 검은색 구형 그랜저를 ‘쿵’ 하고 들이받았다.
스포티지R의 앞부분은 크게 찌그러졌고 조수석 앞에선 에어백이 터졌다. 꽁무니를 처박힌 그랜저는 60여m나 앞으로 튕겨져 나갔고 트렁크는 함몰됐다. 두 차량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타는 냄새가 났다.
14일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에 위치한 자동차연구원 주행시험장에서 급발진 추정 차량의 EDR(사고기록장치)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한 공개시험이 국내 최초로 열렸다.
운전석 오른쪽에 설치된 EDR은 충돌 전후의 차량 상태를 기록해 사고 정황 파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장치다. EDR에는 속도, RPM(자동차 엔진의 분당 회전수) 수치, 브레이크 작동 여부, 엔진 출력, 가속 페달의 궤도 등 5가지 핵심 정보가 담긴다.
이번 실험은 지난 3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혹 사고를 재연한 것이다. 가해 차량, 피해 차량과 동일한 차종을 구해 진행됐다.
안전원은 공개 시험을 위해 EDR 외에 별도의 정밀한 계측장치를 스포티지R 차량에 설치했다. 이 계측장치와 EDR의 수치를 비교해 EDR이 과연 정확한 정보를 기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EDR의 신뢰성 확보는 급발진 조사를 위한 전제조건인 셈이다.
충돌 시험 이후 EDR과 별도 계측장치에 기록된 정보는 매우 비슷했다. 스포티지R이 시속 49㎞로 달리다 충돌 2.5초 전 브레이크가 작동해 시속 47㎞에서 그랜저와 충돌했다. 계측된 RPM도 주행시 1300선을 유지하다가 충돌 직후 급격히 떨어졌다. 안전원은 “EDR 정보의 신뢰성이 입증된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가 구성한 합동조사반은 EDR의 정보를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 사고 차량의 EDR 정보를 분석해 오는 30일 급발진 여부에 대한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화성=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