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년에 걸친 인류와 물고기의 사투 생생하게 담아… KBS 다큐 ‘슈퍼 피쉬’ 8월 18일 첫 방송

입력 2012-08-14 18:37


#1. 지중해에서는 3000년 전 로마시대 때부터 해마다 5월이면 ‘살육의 축제’가 열린다. 산란을 위해 대서양에서부터 헤엄쳐온 참치떼와 이를 잡으려는 인간과의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다. 어부들은 참치가 지나가는 길목에 ‘함정그물’을 치고 기다렸다 참치를 도살한다. 바다는 참치의 붉은 피와 참치가 죽기 직전 뿌린 희뿌연 정액으로 물든다.

#2.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남쪽에 있는 말리는 비가 귀한 나라다. 이 나라의 사막 한 가운데에는 도곤족이라는 부족이 산다. 그런데 사막에 사는 도곤족도 물고기는 먹는다. 1년에 한 번, 안토고 호수에서 단 15분 동안 열리는 고기잡이 축제를 통해서다. 축제가 시작되면 4000명이 한꺼번에 호수에 뛰어들어 물고기를 잡는 데 열을 올린다. 축제는 전투를 방불케 한다.

‘차마고도’ ‘누들로드’ 등을 통해 우리 다큐멘터리의 세계화 가능성을 타진했던 KBS가 인간과 물고기의 관계를 파헤친 대작을 선보인다. 지난 2년 동안 24개국을 돌며 촬영한 야심작 ‘슈퍼피쉬’가 그 주인공이다. 제작비는 KBS 다큐멘터리로는 역대 최고인 약 20억원이 투입됐다.

14일 서울 태평로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기준 KBS 영상제작국장은 “타임슬라이스 촬영, 수중 초고속 촬영 등 그동안 국내 다큐멘터리에서는 시도 못 했던 기법이 적용됐다”며 “촬영 내용만 놓고 보면 일본 NHK나 영국 BBC(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못지않다”고 자신했다.

타임슬라이스(Time-Slice) 촬영은 영화 ‘매트릭스’를 통해 유명해진 기술로, 카메라 수십 대를 이용해 피사체의 순간 움직임을 다양한 각도에서 담아내는 촬영 기법이다. 1초당 400프레임 이상 촬영하는 수중 초고속 촬영은 물고기의 미세한 움직임 등을 포착하는 데 사용됐다.

송웅달 PD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시작한 만큼 아이템이 보편적이어야 했기에 고민 끝에 ‘물고기’를 주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물고기의 생태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굉장히 많지만 인간과 물고기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은 거의 없었죠. 정말 처절하게 찍었어요.”

‘슈퍼피쉬’는 미국 PBS, 일본 NHK 등에 이미 판매돼 15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건협 책임프로듀서는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최초의 한국 다큐멘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슈퍼피쉬’는 1편 ‘10만년의 여정’을 시작으로 총 5회에 걸쳐 방송된다. 10만년에 걸친 인류와 물고기의 싸움, 생선의 비린내에 담긴 비밀, 초밥을 통해 살펴본 아시아의 문명 등이 주요 내용이다. 1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KBS 1TV에서 매주 토·일요일 저녁 9시40분에 만나볼 수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