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아키히토日王에 사과 촉구 왜… 과거사 해결 압박, ‘일본의 상징’ 향해 작심 발언
입력 2012-08-14 19:05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일본의 ‘상징적 심장’인 일왕(日王)까지 정조준하며 과거사 반성을 촉구한 것은 이번 기회에 역사왜곡 문제만큼은 확실하게 못을 박아두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 직접 행동과 말을 통해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임으로써, 일본으로 하여금 지금과 다른 태도를 취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집권 기간 대일(對日) 관계에 관한 한 이명박 정부는 과거사 해결을 촉구하면서도,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에 방점을 찍어왔다. 하지만 일본으로부터 돌아온 반응은 8년째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방위백서 출간과 한·일 과거사 왜곡 교과서, 일본군 위안부 부인 등 사태 악화 요인뿐이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비록 임기 말이지만 더 이상 개선의 여지없이 시간만 흘려보내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민주당 정권이 자발적으로 과거사 문제를 시정하고 사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 대통령이 일왕을 향해 “사과하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 역시 대한민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이다. 일본 국민정서상 일왕은 정권이 아니라 국가 존엄성을 대표하는 존재다. 이 대통령의 ‘일왕 사과’ 언급이 “일본 국내에서 어떤 파장이 일어나더라도 신경 쓰지 않고 우리가 할 말을 다 하겠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009년 언론 인터뷰에서 일왕 방한에 대해 “어떤 모습으로 방문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직접적인 사과 표현은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지난 10일 독도 전격 방문 이후 연일 이어온 대일 강경 메시지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회의장단과 만난 자리에서도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제67주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 담길 내용보다 한결 수위가 높은 것”이라면서 “교사들에게 대통령 본인의 역사관을 솔직한 언어로 전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독도 방문 등이 ‘정치적 쇼’가 아니라 일본을 압박하는 계획된 일관된 흐름이라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이 대통령의 대일 강경 행보에 따라 한·일 관계는 한동안 냉각될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일 관계 악화 영향이 고스란히 차기 정부의 짐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도 나온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