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용접작업 했었다”-시공사 “용접공 배치 안했다”… 현대미술관 화재 발화 원인 싸고 상반된 주장
입력 2012-08-15 00:57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 공사현장에서 13일 발생한 화재 원인과 현장 안전 관리를 두고 유족과 시공사가 엇갈린 주장을 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14일 화재현장에서 만난 유족 대표 유택상(49)씨는 “이번 화재는 부실한 안전 관리가 만들어낸 총체적 인재(人災)”라며 “화재가 난 현장에서 우레탄 작업과 용접을 같이했고, 용접하는 것을 확인한 증인만 서너명이 된다”고 말했다. 유씨의 동생 윤상(46)씨와 문상(43)씨는 화재 당시 지하 2층에서 우레탄 작업을 하고 있었다. 문상씨는 병원에서 숨졌고, 윤상씨는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유씨는 “우레탄폼은 발포되면서 굳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불이 붙을 수 없다”며 “현장의 한 업체 관계자가 ‘우레탄 작업을 하니 용접하지 말라’고 두 번이나 이야기한 뒤 사고가 났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나도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7일까지 이 현장에서 근무했다”며 “당시 지하 3층과 2층에는 안전요원이 한 명밖에 없었고, 사고 시 대피를 위한 비상 유도등도 없어 마치 미로 같았다”고 지적했다. 유씨는 “공정률을 맞추지 못하면 현장소장이 추가 인력 투입과 철야작업을 하도록 하도급 업체를 압박했다”고 덧붙였다.
시공사인 GS건설 측은 전면 반박했다. GS건설 김세종 상무는 “자체 파악한 결과 화재 당일 용접 작업공을 배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전관리 지적에 대해서는 “소화기나 유도등이 없었다는 등의 주장은 근거 없다”며 “현장에 배치된 안전팀이 아침마다 안전교육을 하며 사고 위험성도 고지했다”고 밝혔다. 공기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작업했다는 지적에 대해 김 상무는 “야간작업이 일부 있었고, 우기 등을 대비해 공정을 앞당기려고 한 부분도 있다”면서도 “내부 검토 결과 공기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답했다.
공사는 지난해 12월 시작해 내년 2월 마칠 예정이었다. GS건설은 미술관 공사의 골조와 마감 작업만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관 관계자는 설계를 포함한 사업기간은 2009년부터였다고 답변했지만 통상 미술관 신축이 4∼5년은 걸린다는 점에서 공기가 너무 짧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날 인부 등 현장 관계자를 불러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현장소장 등 안전 책임자를 이르면 16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소방방재청·산업안전보건공단·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오전부터 합동으로 2차 현장감식을 벌였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스를 보니 (이번 화재는) 4년 공사를 20개월에 하려다 빚어진 사고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중에 끝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박 시장은 “제가 시장이 된 후 ‘임기 중에 공사를 끝낸다’는 원칙을 폐기했다”며 “꼼꼼하게 처리하고 제대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구태여 임기 중에 끝내야 한다는 법이 없다는 선언”이라고 덧붙였다.
신상목 이사야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