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사할린 한인 대량학살”… 국가기록원, 러시아 정부 보고서 초안 공개

입력 2012-08-14 19:07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할린에 거주하던 한인을 학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러시아 정부의 1940년대 보고서 초안이 공개됐다. 또 사할린에 강제동원된 한인 1만2000여명의 명부와 서신, 가족관계 관련 기록도 공개돼 향후 사할린 강제동원 관련 보상신청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록원은 러시아 사할린 국립문서보존소에서 입수한 러시아 정부의 1946년 보고서 초안을 14일 공개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전에는 사할린 서북부 에스토루 지역에 한인이 1만229명 살았지만 전쟁 후에는 5332명밖에 남지 않아 한인 인구가 50%가량 감소했다. 러시아 정부는 한인 인구의 급격한 감소 이유로 피난·귀환과 함께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학살을 지목했다.

국가기록원 이강수 연구관은 “일본군이 5000명을 다 살해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러시아 정부가 한인 인구의 급격한 감소 이유로 명확하게 일본군의 학살을 지목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1945년 8월 일본 헌병과 경찰이 사할린 가미스카에서 한인 남성 19명을 살해한 사례와 사할린 미즈호에서 임신부와 어린아이를 포함해 27명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사례 등이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기록 공개로 추가 조사와 일본에 대한 보상 요구 등이 거세질 전망이다.

국가기록원은 또 러시아와 일본 등에서 일본이 강제동원한 1만2000여명 상당의 사할린 한인 명부를 확보했다. 이는 지금까지 공개됐던 일본의 사할린 한인 강제동원 명부의 3∼4배에 달한다. 각종 서신과 가족관계 및 활동, 귀환운동 관련 기록도 대거 확보했다. 국가기록원은 이들 기록이 강제동원 사망·행방불명자 유족에게 보상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