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한상인] ‘안철수의 생각’과 생각의 영성

입력 2012-08-14 16:50


‘안철수의 생각’이 출간된 지 보름 만에 50만부를 돌파했다고 한다. 출판사는 “이런 수치는 국내 출판계 역대 판매도서 가운데 최단기 최다 판매량 기록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안철수의 생각’을 많이 찾는 것은 그를 알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의 생각은 그의 존재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성경 잠언 23장 7절에는 “대저 그 마음의 생각이 어떠하면 그 위인도 그러한즉”이라고 말씀한다.

‘안철수의 생각’에서는 경직되지 않고 포용력 있는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소통에서 오는 희망의 바람일 것이다. 같이 어울릴 수 있고 무엇인가 함께 새 일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그러한 기대감이 안철수의 지지율을 높여준다고 여겨진다.

소통의 리더십이 지지율 높여

이처럼 생각을 같이하면 무슨 일이든지 같이할 수 있다. 반면 생각의 차이는 수준의 차이를 반영한다. 장자의 이야기에서 보면 양나라 재상 혜자는 장자가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절부절못하다가 급기야 장자의 입국을 방해하기까지 했다. 나중에 혜자의 행동을 들은 장자가 원추(오동나무에만 앉고, 대나무 열매만 먹으며, 단물만 마시는 봉황의 일종)가 날자 솔개가 썩은 고기를 빼앗길까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장자는 자신이 원추와 같아서 혜자의 재상 자리 정도는 마음에 없다는 것을 빗대어 말한 것이다.

‘안철수의 생각’이 대선을 겨냥해서 출간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렇게 간주되어 몇 가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가 2003년에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 회장의 구명운동에 동참한 사실이나, 2001년 인터넷 전용은행의 설립을 시도했다가 수포로 돌아간 사실 등이 표리부동한 행동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이런 일들은 평소 그가 재벌의 독식 행태를 비판해온 것과는 달리 그 뒷전에서 대기업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는 이중적 행동의 증거로 제시됐다. 그렇지만 출간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책에 대해 이 정도 비판밖에 나오지 않은 것은 비판할 것이 거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비판할 수 없고 흠 잡을 수 없다는 생각의 원만함이 과연 이 시대의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모 일간지 사설에서는 ‘안철수의 생각’이 정책단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갈등을 일으키는 사안에 대해 국민이 그 생각을 읽고 바른 판단을 내리는 길잡이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책에서 남북 문제나 강정마을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 보다 높은 차원의 생각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위대한 지도자 출현을 기대

많은 사람들은 지도자에게서 일반적인 생각과 다른 차원 높은 생각을 기대한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사람이 아닌 하나님에게서 나온다. 그것을 4차원의 생각의 영성이라고 한다. 성경은 생각의 영성으로 인도하는 책이다. 성경의 위대한 인물인 모세는 하나님의 위대한 생각인 율법을 400여년 노예생활로 찌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전하고 가르쳤다. 그래서 그들을 물질과 세상의 안일에 매인 노예 상태에서 자유와 진리를 추구하는 고등문화의 백성으로 변화시켰다.

위대한 지도자는 위대한 생각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도전과 변화를 주고 위대한 나라 건설에 참여시키는 사람이다. 바라기는 이번 대선에 참여하는 주자들의 생각을 통해 민족 통일의 길을 함께 가고, 지역갈등과 집단이기주의와 이념논쟁이 타파되는 생각이 범국민적으로 새롭게 열리게 되면 좋겠다. 집권에 대한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을 넘어서 나라와 민족의 대로를 활짝 열어놓는 큰 생각을 만나고 싶다. 한민족뿐 아니라 인류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위대한 생각을 가진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한상인 한세대 교수(구약학·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