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국민 또 잡아다 가혹행위한 중국

입력 2012-08-14 19:22

탈북자 도운 목사 즉각 석방하고 영사협정 조속히 체결해야

중국에서 조선족을 상대로 선교활동을 하던 목사가 중국 공안 당국에 37일째 구금돼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가 중국에 114일간 붙잡혀 있으면서 전기고문 등을 당했다고 폭로한 데 이은 것이다.

시민단체인 기독교사회책임은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 하나로교회 소속 전재귀 목사가 지난달 9일 중국 하얼빈 공항에서 공안에 체포돼 산둥성 옌타이 구치소에 구금돼 있다며 중국 측에 가혹행위를 중단하고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전 목사는 체포된 지 한 달 만인 지난 6일 영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공안요원에게 휴대전화 등으로 여러 차례 머리를 얻어맞고 두 차례나 목을 졸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의 나라 사람을 함부로 가두고 가혹행위를 일삼는 중국은 이러고도 문명국이라 말할 자격이 있는가. 중국이 전 목사를 구금한 죄목은 ‘탈북자 밀입국 알선죄’다. 하지만 전 목사는 우연히 만난 5명의 탈북자들이 조선족인 줄 알고 이들의 간곡한 요청을 뿌리칠 수 없어 숙소를 제공했다고 한다.

어려운 이들이 도움을 청하면 도와주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거늘 하물며 이국땅까지 찾아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게 사명인 선교사가 헐벗고 굶주린 이들을 외면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을 편히 쉬게 하는 것’이 선교의 목적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전 목사를 당장 풀어줘야 한다.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전 목사를 즉각 석방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물론 전 목사에 대한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관련자 처벌을 엄중히 촉구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이번에도 발뺌할 가능성이 높지만 강력한 외교적 대응을 통해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중 관계를 의식해 중국에 마냥 저자세 외교로 일관하다간 무고한 자국민들이 해외에서 봉변을 당하는 ‘제2의 김영환 사건’이 또 일어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자국민 보호다.

또한 김영환씨 고문 사건을 계기로 중국 내 한국인 수감자 전원에 대한 영사면담을 추진하겠다고 한 만큼 전 목사처럼 억울하게 구금돼 있거나 인권침해를 당한 사례가 있는지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오는 24일은 한·중 수교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데 아직도 한·중 영사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한·중 양국 간 피의자에 대한 신속한 영사접견이나 피의자 권익에 대한 영사보호 장치가 없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김영환씨나 전 목사는 중국 공안에 구금된 지 한 달 만에야 영사와의 첫 면담이 이뤄졌다. 미국, 일본처럼 중국과 영사협정이 체결돼 구금 직후 영사면담이 이뤄졌다면 이들에 대한 고문과 가혹행위를 막을 수 있었다. 중국 내 교민들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는 한·중 영사협정을 서둘러 체결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