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하나님 은혜는 너무 귀해서 세상 즐거움과 뒤섞일수 없다… ‘그리스도를 본받아’
입력 2012-08-14 18:00
그리스도를 본받아/토마스 아 켐피스 지음, 홍병롱 옮김/포이에마
“하나님은 우리에게 서로의 짐을 지는 법을 배우라고 명하셨습니다(갈 6:2). 잘못 없는 사람이 없고, 짐 없는 사람도 없고, 자기 자신으로 충분한 사람도 없으며, 완벽하게 지혜로운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즉 우리는 서로 참고, 견디고, 위로하고, 돕고, 가르치고, 권면해야 합니다(살전 5:14, 고전 12:25). 역경이 닥치면 우리가 얼마나 큰 미덕과 강한 장점을 갖고 있는지 백일하에 드러납니다. 역경은 우리를 연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나게 하기 때문입니다.”(52, 53쪽)
“내 아들아, 나의 은혜는 너무도 귀해서 세상과 섞일 수 없고, 세상적인 위로와도 뒤섞일 수 없다. 그러므로 은혜를 받고 싶으면, 은혜를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너는 온 세상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모든 일에 앞서 하나님께 집중하는 것을 우선시하라. 왜냐하면 나에게 집중하는 동시에 세상을 즐거워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297쪽)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The Imitation of Christ)’에 있는 내용들이다. 찬찬히 읽다보면 영적 보화를 캐내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지혜의 깊이, 생각의 명료함, 사람을 변화시키는 능력에서 성경 다음가는 불멸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벗 삼아서 하나님과 동행의 길을 갔다. ‘하나님의 모략’의 저자로 미국 남가주대 철학과 교수인 댈러스 윌라드 박사는 이 책을 “내 평생의 변치 않는 길동무”라고 말했다. ‘사귐의 기도’ 저자인 미국 와싱톤한인교회 담임인 김영봉 목사는 아 켐피스의 이 저작물이 파스칼의 ‘팡세’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과 함께 자신의 영적 세계를 활짝 열어준 은인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 책은 국내에도 수많은 번역본이 나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포이에마에서 출간한 책은 오스 기니스의 ‘소명’ 등을 번역한 홍병룡씨가 번역을 담당했다. 생략이나 축약이 없는 완역본으로 원문의 내용을 흐리지 않으면서도 현대인의 어법에 맞는 편안한 번역을 통해 가독성을 높였다. 18컷의 묵상을 돕는 사진이 들어가 있다. 중세교회사에 해박한 백석대학교 신학부의 최형걸 교수의 작품해설도 유익하다. 최 교수는 “어떻게 보면 기독교인에게 너무나 익숙한 내용이 담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를 온몸으로 체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신앙의 진솔한 고백”이라고 말했다. 포이에마 김도완 대표는 이 책에 대해 “세상의 언어로 말하고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는 영적 지침서의 완역판”이라고 밝히고 있다.
토마스 아 켐피스는 1380년 독일 뒤셀도르프 근교의 켐펜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켐펜 출신의 토마스’로 불린 것이 나중에 이름이 되었다. 13세에 네덜란드 데벤터르에 있는 공동생활형제단에서 공동체 정신과 신앙을 배웠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삶의 방식을 지속하기 위해 수도원에 들어가 평생 살았다.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그가 1420년에서 1427년 사이에 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내밀한 영적 고백이자 하나님과의 대화 기록이다. 동시에 하나님과의 교제를 위한 여러 권고가 담겨 있다. 처음에 수도사를 위한 책으로 출발한 이 책은 지금까지 수십 개 언어로 번역되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 되었다.
진리가 상대화되어 가고 믿음이 소유가 된 이 시대에 ‘그리스도를 본받아’라는 제목 자체가 던져주는 시사점이 있다. “고독과 침묵을 사랑하며 온 마음으로 그리스도와의 합일을 추구하라”는 수도사 토마스 아 켐피스의 외침은 600년 가까운 시간을 넘어 불만족스런 현실에 대한 반성으로 신앙의 본질에 대한 추구가 강해진 한국 교회에 다시 울려 퍼지는 듯하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