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신앙생활은 하나님 질문에 인간의 대답”… ‘하나님이 당신에게 묻습니다’

입력 2012-08-14 21:19


저자와의 만남

‘하나님이 당신에게 묻습니다’ 출간한 김경원 목사


서울 서교동 서현교회 김경원(65) 목사는 어느 날 창세기를 읽다가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는 하나님의 질문을 접했다. 수없이 보고, 읽고, 설교한 문장이지만 그날은 좀 다르게 다가왔다. ‘아, 하나님이 질문하시는구나.’ 새삼 ‘질문하시는 하나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았다. 질문에는 그 질문을 하는 주체의 생각이 들어가 있다. 질문의 의미를 잘 찾으면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신앙생활은 하나님의 질문에 대한 인간의 대답이라고 여겨졌다. 그래서 성경 전체를 하나님의 질문이란 관점에서 읽어 나갔다.

그러고 보니 성경에는 수없이 많은 ‘하나님의 질문’이 나왔다. 구약에서는 성부 하나님이, 신약에서는 성자 예수님이 질문을 하시고 계셨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창 3:8∼10) “네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창 16:7∼10) “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왕상 3:5, 8∼10)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마 16:13∼16) “너희도 가려느냐?”(요 6:66∼71) “누가 이웃이 되겠느냐”(눅 10:30∼37) 등.

김 목사는 구약과 신약 속에 나오는 대표적인 하나님의 질문 22개를 찾아 그 질문에 담긴 깊은 의도와 인간의 반응에 대해서 다룬 ‘하나님이 당신에게 묻습니다’(생명의 말씀사)를 펴냈다. 각 질문에 대한 성경 인물들의 반응을 교훈 삼아 하나님이 우리 인생에서 원하시는 답을 발견해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서현교회 담임 목사실에서 만난 김 목사는 “‘하나님의 질문 앞에 서게 될 때 나의 대답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서 책을 썼다”고 말했다. 1975년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1980년 32세의 젊은 나이에 서현교회에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 33년 동안 한 교회에서만 목회했다.

긴 세월 목회하면서 그는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마음을 살피려 노력했단다. 늘 ‘하나님의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가’를 생각했다. 그가 예장합동 교단의 목회자 갱신 그룹인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에 참여하고 2007년부터 고 옥한흠 목사의 뒤를 이어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것도 하나님 마음이 한국 교회의 일치와 갱신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성경을 보면 특별히 하나님이 관심을 갖고 물으시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질문들은 모두 우리가 처한 현 상태, 그리고 인간과 하나님의 관계를 확인해 주는 소중한 영적 키워드들입니다. 우리를 죄악에서 돌이키시고자, 혹은 절망 가운데 힘을 주시고자, 관계의 회복을 이루시고자, 나아가서 강한 믿음 위에 서게 하시고자 하나님은 우리에게 질문하십니다. 이 질문의 의미를 깨닫고 바르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볼 때 하나님의 질문을 통해서 인간들은 스스로의 영적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다. 전능하신 하나님은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 사실 그에게는 질문할 필요가 없다. 아담에게 “네가 어디 있느냐?”라고 질문하셨을 때에 하나님은 이미 아담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다. 그럼에도 하나님이 굳이 질문하시는 그 깊은 뜻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 질문 가운데 하나님이 인간에게 하신 최초의 질문인 “네가 어디 있느냐”가 자신에게는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 질문을 통해서 하나님의 책망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 짧은 질문 속에는 피조물 된 인간의 믿음과 사명, 삶의 바른 자세를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담이 찾아야 할 영적 현주소는 하나님 앞입니다. 코람데오(하나님 앞에서)야말로 그가 취해야 할 자세였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는 범죄함으로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물으셨습니다. 이 최초의 질문은 ‘너의 영적 생활이 어떻게 되어 버렸느냐?’ ‘네가 있는 곳이 어디냐?’ ‘너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 등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지요. 이 질문을 아담이 아니라 내가 받았다고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김 목사는 질문의 대상을 바꿔보았다. “경원아, 네가 어디 있느냐?” 이 질문의 대답에 신앙과 목회의 성패가 걸려 있었다. 그것은 김경원이라는 한 목회자에게 참된 신앙과 사명, 삶의 바른 자세를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질문이었다.

“특별히 목회자로서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는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맡겨 주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도 돌아보았고요. 부족한 것뿐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질문을 생각하면서 제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아 보았습니다. 안수 받았던 날의 그 초심을 기억했습니다.”

그는 “네가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서 하나님의 책망과 더불어 진노 가운데서도 긍휼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죄를 짓고 하나님을 떠난 인생을 끝까지 추적하시고 결국 회복시키고야 마는 그분의 사랑이 질문 속에 담겨 있었다. 그는 말한다.

“지금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꼭 붙들고 계십니다. 누구도 하나님의 사랑의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코람데오의 신앙으로 바르게 살 것을 작정하십시오. 그분의 사랑에 그냥 잠기면 됩니다. 그것이 은혜입니다.”

김 목사는 이런 식으로 22개의 질문에 대한 깊은 묵상을 책에 풀어냈다. 책에 나온 22가지 질문을 모두 우리 자신에게 적용시켜 볼 수 있다. 질문에 즉각적인 대답을 할 수 있다면 상당히 정리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다시 한번 삶과 신앙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지금 한국교회에서 목회가 소명이 아닌 직업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높다고 개탄했다. “하나님이 맡겨주신 양들을 먹여야 하는 목회자들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질문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목회자로서 부름 받았던 날의 그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목회자로 기억되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균형이 있는 목회자로 기억되기 바란다”고 답했다. 그러고 보니 김 목사는 한국 교계에서 ‘신학이 있는 목회, 현장이 있는 신학’을 지향한 균형 잡힌 목회자로 평가 받고 있다.

글·사진=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