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에릭 리들과 주일

입력 2012-08-14 17:58


런던올림픽 개막식에 사용된 음악 중 ‘불의 전차’의 OST가 있습니다. 책으로도 나온 영화 ‘불의 전차’는 에릭 리들(E H Liddell)이라는 영국 육상선수를 다룬 것입니다. 그는 1924년 8회 파리올림픽에서 영국에 금메달을 안겨주었습니다. 중국 선교사의 아들로 에든버러 대학교 학생이었던 그는 당시 육상 100m 금메달 유망주였습니다. 1924년 초 육상 100m 경기 일정이 주일로 잡히자 “저는 주일에는 뛰지 않습니다”라고 선언했고 ‘조국을 배신한 위선자’, ‘편협하고 옹졸한 신앙인’ 등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영국올림픽위원회가 일정 조정을 요구했으나 무산되자 리들을 400m에 출전시키기로 하고 6개월 정도를 앞두고 400m 연습에 돌입했습니다. 결국 그는 주 종목이 아니었던 200m에서 동메달, 400m에서 세계신기록(47초6)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자신을 비난하던 영국 국민에게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우승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처음 200m는 최선을 다했고 그 다음 200m는 하나님의 도우심이었다”고 고백했으며 아내에게는 “내가 100m를 포기하고 400m를 준비할 때 그것이 진정한 나의 종목임을 발견했다. 100m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후 아버지에 이어 중국 선교사로 헌신했고 1945년 2월 21일 일본수용소에서 순교하였습니다. 런던올림픽 개막식이 에릭 리들을 다시 생각나게 했습니다.

산정현교회를 섬기셨던 순교자 주기철 목사님도 오직 하나님께만 예배하겠다는 신앙으로 순교의 길을 가셨습니다.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던 산정현교회 장기려 장로님의 맏아들 장택용은 해방 후 북한에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주일에도 학교에 나오게 하자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에 자퇴하기도 했습니다.

예배를 소중하게 여기고 주일을 하나님께 집중했던 이런 신앙인들이 우리에게 소중한 신앙을 물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런 사람을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올림픽 경기를 보느라 주일예배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편안하게 살게 되고 주5일 근무가 정착되면서 교회와 성도들의 주일과 예배에 대한 자세는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휴일을 즐기고 운동을 하느라 자발적으로 예배를 반납하고 주일을 무너뜨리는 것은 한국교회의 기반을 흔드는 위험한 것입니다. 목회자가 아닌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예배를 소중하게 지켜내고 싶습니다. 이런 신앙이 지켜지고 계승되지 않는다면 교회는 더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입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예배를 지켜내야 합니다. 교회의 위기는 외부에 있지 않습니다. 예배를 소홀히 하는 우리 자신이 가장 무서운 교회의 적입니다.

(산정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