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통진당 지지 전면 철회 가닥… ‘조건부 지지’ 입장 바꿔
입력 2012-08-13 22:23
통합진보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민주노총이 지지를 전면 철회키로 가닥을 잡았다. ‘조건부 지지철회’라는 기존 입장에서 ‘조건부’를 삭제한 것으로, 구당권파가 장악한 통합진보당과의 결별 선언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은 13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마라톤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통합진보당에 지지를 호소했던 위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전면전인 관계 단절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통합진보당에는 기대할 게 없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원래 상태로 복구할 가능성도 없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내년 1월까지 내부 토론을 거쳐 ‘노동자 중심’의 새로운 진보정당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에 돌입할 방침이다. 다만 “이번 통합진보당 지지철회가 현재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신당권파를 자동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민주노총이 사실상 진보정당 재창당 입장을 밝힘에 따라 신당권파의 창당 작업에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주주 민주노총의 지지철회로 통합진보당은 사실상 구당권파 ‘동아리’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기준으로 통합진보당 당원 7만5000여명 중 민주노총 소속 당원은 3만5000여명에 달한다. 이미 현대증권노조 소속 당원 218명이 집단 탈당하는 등 탈당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진보정치혁신모임’을 결성한 신당권파도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을 둘러싼 상황이 어수선한 가운데 이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는 신·구당권파 간 신경전으로 채워졌다. 신당 창당을 내건 강기갑 대표는 “구태와 패권을 내려놓고 새 진보정당으로 가자는 제안은 당 단합을 위해 노력해야 할 대표로서 하는 마지막 부탁”이라며 구당권파가 주장하는 중앙위원회 개최를 유보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구당권파인 유선희 최고위원은 중앙위 개최를 거듭 요구하며 “강 대표가 당을 정비하지 않으면 최고위원으로서 당 정상화를 위해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민주통합당에서도 통합진보당과 결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김한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진보당의 혼란상은 수습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과감한 문호개방과 새로운 범야권 연대로 더 큰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