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충해 美 감자 수입금지… ‘감자칩 대란’ 오나
입력 2012-08-13 19:16
농식품부는 미국 오리건주, 워싱턴주 등 북서부 지역 감자 재배 단지에서 ‘지브라 칩’이라는 신종 병충해가 발생함에 따라 이 지역 감자 수입을 금지키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병원체가 국내에 유입될 경우 국내 감자뿐 아니라 토마토, 고추 등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병충해가 발생하면 규정에 따라 수입제한 조치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12월에도 미국 텍사스주의 감자 수입이 같은 이유로 금지된 바 있다.
문제는 감자칩 등 가공식품용 감자의 상당량이 이번에 수입금지 조치된 지역에서 수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미국산 감자는 연 1만6000t 가량이 가공용으로 수입되고 있으며, 대부분 서북부에서 생산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호주에서도 1만2000t이 수입되고 있고, 국내산 감자 또한 6000t 정도 가공용으로 사용된다”면서 “오는 17일 관련 업체들을 불러 호주산 등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산 감자 활용 방안 등의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지역 감자 수입이 금지되면 국내 제과업계의 올 겨울 감자스낵 제조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내 제과업체들은 보통 4∼11월에는 국내산 가공용 감자로 감자스낵을 만들고 12∼3월엔 미국산 감자를 쓴다. 사전 계약을 통해 수확된 국내산은 10월이면 재고량이 소진된다.
미국산을 쓸 수 없을 경우 호주에서 대체물량을 구할 수 있지만 제과업체들은 호주산이 미국산에 비해 가격이 배 이상 비싸 현실적으로 수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간 1500억원 규모인 감자스낵 생산 업체들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오리온제과 관계자는 “올해는 10월부터 미국산 감자를 써야 하는 상황인데 수입 금지가 계속된다면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같은 지역 감자라도 병충해에 안전한 것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수입 금지 해제라도 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도 “수입 금지가 장기화되면 호주산을 들여와야 하는데 그럴 경우 원가 상승으로 인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반면 패스트푸드 업계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맥도날드는 미국산을 수입하지만 원료가 아닌 완제품 형태도 들여오는 데다 수입처도 금지 지역이 아니어서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준엽 조민영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