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장성택 訪中 배경과 의미… ‘김정은 실리주의’ 강도·속도 가늠할 중요 잣대
입력 2012-08-13 23:00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여러 면에서 주목된다. 직접적인 방중 이유인 황금평-나선시 개발 사업을 비롯한 경제 협력과 원조가 얼마나 진척될 것인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중국행으로 이어질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중국 방문을 미리 발표하고 국빈관에서 머무르는 등 북한 새 지도부의 개방성과 자신감을 과시한 점도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통신은 장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이례적으로 실시간 보도했고, 베이징에 도착한 북한 대표단은 귀빈 전용 통로를 이용해 고급차에 나눠 타고 중국 정부의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로 직행했다.
◇경제 살리기=중국에 온 장 부위원장의 우선 과제는 김정은 체제 안착을 위해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완전히 복원, 중국에게서 경제개발 지원을 보장받는 것이다. 장 부위원장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강력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 조치의 사령탑이다.
북한이 중국과 황금평-나선시 개발 합작 협정을 맺은 것은 지난해 5월이다. 황금평과 나선시는 각각 북한의 최북단 서쪽과 동쪽에 위치한 경제개발 특구다. 황금평은 신의주 아래 압록강 하구 중국과의 접경에 위치한, 여의도 2배 크기의 모래섬이다.
황금평 개발 사업은 지난해 6월 착공식을 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하다. 북한은 이곳을 정보사업·관광문화산업·상업센터·현대식 농업·가공업 등 첨단 산업단지로 조성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황금평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중국 기업인들은 “북한이 지반 조성공사를 비롯해 기초공사를 하지 않으면 경제성이 없다”며 투자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황금평 개발 사업이 중단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장 부위원장이 이와 관련해 어떤 합의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북·중 정상급 회담 준비?=북한 대표단은 14일의 연합지도위원회 회의 이후 15∼16일에는 중국 남부와 동북3성을 시찰할 것으로 전해졌다. 장 부위원장은 2006년에도 압록강 북쪽 중국 지역을 경제시찰하면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경험이 있다. 당시 후 주석은 장 부위원장에게 북한의 경제 개방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도 장 부위원장은 후 주석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달 초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난 데 대한 답방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장 부위원장과 후 주석의 회동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에도 북한과 중국 관계가 굳건함을 재확인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김정은과 중국 최고 지도층의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제1위원장이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게 되는 셈이다. 이번 가을 중국의 지도부 교체가 예정돼 있어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불투명하지만 장 부위원장의 방북 목적에 그 앞길을 준비한다는 항목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