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놈들” “명박이” “공천헌금 처먹은 년”… 막가는 민노총

입력 2012-08-13 18:59

홈피·노동자 골든벨 행사 등서 지나친 親北·反美 눈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통일교육 명목으로 실시한 ‘8·15 노동자 통일골든벨’ 행사에서 출제된 질문이 지나치게 친북·반미 성향의 내용으로 채워져 논란이 일고 있다.

민노총 통일위원회가 지난 10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한 ‘2012년 8·15 문제로 보는 자주통일정세’라는 제목의 글에는 통일골든벨 관련 사전학습 문제들이 제시됐다. 이 중 ‘종북소동 때문에 유행하는 문제’ 관련 예시 문제에서는 총 5개 중 4개에서 김일성 주석 혹은 김정일 장군 등을 언급했고, 이들 부자를 칭송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예를 들어 “내가 세계를 다니며 장군이란 장군은 다 만나봤어도 진짜 장군다운 장군은 김정일 장군님이 처음이다”는 발언을 한 기업인은 누구인지 묻거나, “김일성 주석께서 광복 후 40년에 걸쳐 이 땅의 평화 정착을 애쓰신 데 대해 이념과 체제를 떠나 한민족의 동지적 차원에서 경의를 표해 마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친서를 보낸 대한민국 대통령이 누군지 묻는 방식이었다.

‘노동자골든벨 족집게 문제’ 19개와 ‘최근 북·미관계 바로보기’에 관한 12개 예시문제에서는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문구가 수두룩했다. 한 문제에서는 “지금까지 미국은 한반도의 남쪽을 자신들의 군사적 기지로 활용할 뿐 아니라, 주한미군기지는 각종 범죄의 온상지가 되고 있다”고 했고, 국가보안법을 ‘피해자 100만명 이상을 양산한 대표적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이외에도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를 “탈북공작을 하다 중국 공안에 체포되었다가 한국에 돌아와 고문을 당했느니 마니 하면서 정치인 버금가는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비꼬았다.

통일골든벨 문제 상당수는 민노총이 지난 5월 펴낸 ‘노동자, 통일을 부탁해’라는 책에서 출제됐다. 민노총에서 ‘통일 교과서’라고도 부르는 이 책은 북한 3대 세습과 핵 개발을 사실상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아 이적(利敵)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11일 서울 한강공원 가설무대에 열린 ‘8·15 노동자 통일골든벨’ 행사에서는 더욱 거친 문제와 발언들이 여과 없이 쏟아졌다. 이날 출제된 문제 중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당시 나이, 대한민국 국민의 원수 이명박과 공천 헌금 받아 처먹은 년의 나이를 모두 더하면”이라는 문제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사회자 백모씨는 “미국 놈들이” “명박이”라는 말을 예사로 했고,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공천 헌금 받아 처먹은 년” “수첩 없으면 말도 못하는 년”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 전 위원장 측은 발끈하고 나섰다. 이상일 대변인은 13일 논평을 통해 “(백씨는) 박 전 위원장이 공천 헌금을 받아먹었다고 했는데 그 증거를 대라”며 “그러지 못할 경우 무고죄로 사법처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노총에 대해서도 “얼토당토않은 거짓주장과 막말, 그리고 쌍욕이 나온 데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박 전 위원장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