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분양자, 집값 떨어지자 은행 상대 소송 봇물
입력 2012-08-13 22:47
집값 하락으로 빚어진 신규 분양아파트 입주 지연사태가 대규모 소송으로 비화되고 있다. 계약자들이 분양계약 해제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중도금대출을 해준 은행을 상대로 잇달아 소송을 걸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이 아파트 입주예정자들과 중도금대출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소송을 진행하는 사업장(아파트 단지)은 27곳에 달한다. 채무부존재 소송은 집값이 고공 행진하던 2008년에는 단 한 건도 없었지만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기 시작한 2009년 4개 사업장에서 제기됐다. 2010년에도 4개 사업장 계약자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에는 17개, 올해는 상반기에만 10개의 사업장에서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채무부존재 소송은 통상 건설사를 대상으로 하는 분양계약 해제 청구소송과 함께 진행된다. 계약자들은 중도금대출이 건설사와 은행 간에 이뤄지는 일종의 ‘업무협약’인 만큼 계약이 해제될 경우 분양받은 사람이 대출금을 갚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는 대출거래약정서상의 차주(借主·돈을 빌린 사람)는 엄연히 계약자이기 때문에 차주가 대출금 변제의 의무를 지게 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처럼 불리한 상황에도 소송이 끊이질 않는 것은 계약자들의 ‘신용관리’ 때문으로 분석된다. 계약자들이 중도금대출금이나 이자를 내지 않더라도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할 경우 관련법상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연체정보 등록을 확정판결 전까지 유예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이 봇물처럼 제기되면서 지난해 말 1.18%였던 은행권 집단대출 연체율은 5월 말 1.71%까지 상승했다. 주택대출 평균 연체율(0.85%)의 두 배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장은 “채무부존재 소송을 내더라도 일단 연체금은 쌓인다. 따라서 연체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은행이나 소송에서 지면 밀린 연체금을 한꺼번에 내야 하는 고객 모두 타격을 받는다”며 “주택경기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이런 소송이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