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효자 종목 확 바뀌다

입력 2012-08-13 18:49


한국 스포츠의 ‘효자 종목’이 바뀌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런던올림픽에서 일부 종목들의 부침이 두드러졌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사격과 펜싱은 든든한 지원과 체계적인 훈련 덕분에 약진했지만 전통적인 메달밭이던 배드민턴과 태권도는 최악의 성적으로 체면을 구겼다.

◇잘했다, 사격&펜싱=사격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따내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특히 진종오(33·KT)는 남자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획득,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진종오의 ‘금빛 총성’ 뒤에는 KT와 이석채 회장의 통 큰 지원이 있었다. KT는 진종오가 생계 걱정 없이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2004년 그를 KT부산마케팅단 업무지원부 정직원으로 입사시켰다. 이 회장은 오스트리아의 총기 회사 ‘스테이어 스포츠’에 진종오만을 위한 권총을 특별 주문했다. 2009년부터 이 권총을 사용한 진종오는 꾸준히 세계 정상급 실력을 유지해 왔다. 진종오는 12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서 “소속팀 회장님이 나를 잘 챙겨주고 있다. 회장님을 존경한다”며 애정을 나타냈다.

펜싱도 파격적인 지원 덕분에 금 2개, 은 1개, 동 3개를 수확할 수 있었다. 2009년 대한펜싱협회 수장에 오른 손길승 회장은 1년에 3억5000만원 정도였던 지원금을 12억원 수준으로 대폭 늘렸다. 1년에 국제대회에 4∼5명을 최대 10회까지 내보냈다. 종전엔 3명이 3번 정도 출전시켰다. ‘한국식 펜싱’을 개발한 것도 주효했다. 그동안 한국 펜싱은 작은 체구 때문에 유럽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고전했다. 해결책은 유럽 선수들이 한 발 움직일 때 우리 선수들은 두 발 움직이며 빈틈을 파고드는 ‘발 펜싱’이었다.

◇잘해라, 배드민턴&태권도=한국 배드민턴은 런던에서 동메달 한 개밖에 건지지 못했다. 배드민턴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전 종목 결승 진출이 좌절된 것은 이번 런던올림픽이 처음이다. 더욱이 여자 복식에서 ‘져주기 파문’에 휩쓸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으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은 수모도 당해 충격이 더 컸다. ‘맏형’ 이현일(32·요넥스)과 남자 복식의 정재성(30·삼성전기)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해 한국 배드민턴은 세대교체라는 큰 숙제까지 떠안았다.

금 1개, 은 1개에 그친 태권도는 런던올림픽 전 이미 부진을 예상했다. 세계적으로 전력이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 이번 올림픽부터 적용된 차등점수제는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더 재미있는 경기를 유도하기 위해 몸통 직선공격 1점, 몸통 회전공격 2점, 머리 직선공격 3점, 머리 회전공격 4점으로 점수를 세분화됐다. 그러다 보니 다리가 길고 탄력이 좋은 외국 선수들이 몸통은 내주고 머리 공격에 집중해 경기 주도권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는 “기본이 없어도 점수만 내면 되는 결과 지향적인 경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새로운 시스템과 룰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되는 것이 현실이다. 졸지에 ‘불효자’가 된 종목들은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옛 영광을 되찾으려면 지금부터 변하는 수밖에 없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