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결산(上) 태극전사에 집중됐던 오심·사건] 안팎 시끄러운 소리 잠재운 투혼 빛나

입력 2012-08-13 18:50

런던올림픽은 23t의 ‘올림픽 종’이 울리며 시작을 알렸다. 올림픽 종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더 템페스트’의 대사 “두려워하지 마라. 영국이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할지니(Be not afraid: the isle is full of noises)”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이 대사의 원본을 보면 ‘시끄러운 소리’의 뜻이 분명해진다. “두려워하지 마라. 영국이 미움이 아닌 즐거움을 주는 소란과 소리, 달콤한 공기로 가득할지니(Be not afraid: the isle is full of noises, sounds, and sweet airs, that give delight and hurt not.)”이라는 뜻이다. ‘시끄러운 소리’는 평화와 사랑, 화해의 소리인 것이다. 하지만 올림픽은 대사의 원뜻과 다르게 오심에 따른 판정시비와 각종 사건 탓에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 찼다.

많은 소란 가운데 특히 한국이 관련된 사안이 잇달으면서 대회 전반부는 혼란 속에 흘러갔다. 첫 조짐은 지난달 28일 수영 남자 400m에 출전한 박태환(SK텔레콤)에게 일어났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태환은 예선에서 전체 4위의 기록을 냈지만 출발대에서 몸을 먼저 움직였다는 이유로 경기 후 실격처분을 받았다. 한국선수단은 두 차례의 이의신청으로 5시간 만에 판정번복을 이끌어내는 외교력을 발휘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박태환의 2연패는 좌절됐다.

이튿날 유도 66㎏급 8강전에 출전한 조준호(한국마사회)가 에비누마 마사시(일본)와의 경기에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가 심판위원장이 3심을 불러 재심을 요구하자 결국 판정이 뒤집힌 일이 벌어졌다. 국제유도연맹은 “잘못된 판정을 바로 잡은 것”이라고 했지만 판정 불신만 깊어졌다.

지난달 30일에는 펜싱에서 최대 오심 사고가 벌어졌다. 신아람(계룡시청)이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의 여자 에페 준결승에서 종료 1초 전 4번의 공격을 허용하는 동안 시간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사건 후 대한체육회는 국제펜싱연맹 특별상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동 은메달을 각각 추진했다가 여론의 뭇매와 IOC의 거부로 국제적인 망신만 샀다. 신아람은 나중에 자력으로 단체전 은메달을 따면서 모든 논란을 일거에 잠재웠다.

배드민턴에서는 고의 패배로 선수 4명이 실격돼 귀국 조치되는 일도 벌어졌다. 유리한 대진을 위해 중국이 져주기 경기를 펼치자 한국도 덩달아 불성실한 경기를 펼치다 발각됐다.

이번 대회 소란은 일본과의 축구 3·4위전에서 승리한 뒤 박종우(부산)가 펼친 독도 세리머니에서 절정을 이뤘다. 관중들이 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뛴 박종우는 정치적 행위를 금한 IOC 규정을 어긴 탓에 시상식에서 제외됐다. 그의 행위를 둘러싼 논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런던=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