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머리&코 한의원’ 이태훈 원장 “내 삶 찾아준 목회자 위해 한의원 열었다”

입력 2012-08-13 18:24


경기도 성남 수내동에 위치한 머리&코 한의원(원장 이태훈)은 내원환자의 95%가량이 크리스천이다. 단골 환자 중에는 유명 목회자들도 많다. 목회자들이 많이 걸리는 질병인 심장과 뇌혈관, 호흡기 질환에 탁월한 치료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20여년 한의사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환자들을 접했는데 직업별로 특징적인 병을 알게 됐습니다. 교회를 열심히 섬기는 목사님에게 자주 발생하는 질병은 혈관성 질환, 중풍과 심장마비입니다. 그래서 연구 끝에 비강내치요법을 개발했습니다. 부비동 내의 썩은 피고름을 제거해 비염, 축농증 등을 치료하는 동시에 뇌의 압력을 변화시키고 좁아진 혈관을 넓혀 두통이나 만성피로, 안면마비, 학습능력 저하 등을 치료하고 있지요.”

이태훈(48·서울 선진교회 집사) 원장이 이처럼 목회자들의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그의 삶 속에 있다. 6세 때 남의 집 양자로 들어간 그는 알코올중독자인 양부의 팔다리를 밤새도록 주물러야 했다. 중학생 때에는 다른 집으로 옮겨야 했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생각까지 품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를 버리지 않으셨다. 교회에 출석하면서 하나님을 굳게 의지하게 됐다. 학력고사 100일을 남기고 영양실조로 눈이 침침해지는 악조건 속에서도 하나님을 의지해 경희대 한의대에 합격했다.

노점상으로 일하며 번 돈으로 한의대를 졸업한 이 원장은 한의원을 개원한 초기부터 목회자 전문 병원을 표방했다. 그동안 받은 은혜가 너무 많아 목회자를 잘 섬겨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목회자와 가족들에게는 치료비를 할인해 주고, 한의원 내에 목회자들이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고 친목 모임도 갖고 있다.

“1992년 9월 7일 고속도로에서 대형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달리던 차가 거의 부서졌고 모두들 죽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저는 천국구경을 한 뒤 깨어났습니다. 사람들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이야기했죠. 1년 동안 발이 마비됐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침을 놓고 주위 분들이 기도해준 덕분에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습니다.”

기적처럼 살아난 그는 사고 이후의 삶은 ‘덤’이라 여기고 하나님의 영광과 목회자, 복음 전파를 위해 살고 있다. 넉넉지 않은 병원 살림이지만 결식아동과 독거노인들에게 밥과 반찬을 제공해오다 최근에는 아예 이들을 위한 복지관장까지 맡았다. 가정폭력 방지 캠페인과 장애인 사역도 이 원장이 펼치는 선한 사역들 중 하나다. 목회자를 살리는 병원을 만들고, 매달 200군데 미자립교회를 돕는 기독병원이 되는 게 이 원장의 꿈이다.

성남=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