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잤는데도 시도 때도 없이 잠든다면 ‘기면증’ 의심을… 환자 2006년 이후 5년간 2배 늘어

입력 2012-08-13 17:47


기상청은 올해 여름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보이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장마가 끝나자마자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께 열대야가 찾아왔고, 열대야 일수를 관측한 2000년 이후 최장기간을 기록할 정도로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다. 야간 기온이 25℃를 넘는 열대야는 불면증을 유발하고 수면부족을 초래해 일상 생활리듬을 깨뜨린다. 특히 올해 여름은 무더운 날씨와 함께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까지 겹치면서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낮 시간 동안 피로감과 졸림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특히 많았다.

스포츠 마니아인 최양환(31·가명)씨는 얼마 전 끝난 런던 올림픽 기간 동안 제대로 잠을 잔 기억이 없다. 런던과의 시차로 모든 경기가 새벽에 중계된 탓에 평균 수면 시간이 6∼7시간에서 3∼4시간으로 줄었다. 이같은 날이 연일 지속되자 최씨는 낮 시간 동안 업무 효율과 집중력이 떨어진 것을 느꼈고 올림픽이 끝난 최근에는 충분한 잠을 자고도 몸이 피로하고 졸음을 참기가 힘들어 병원을 찾았다.

열대야와 새벽 TV시청으로 인한 불규칙한 수면습관이 장기간 계속될 경우 피로 누적으로 몸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야간 경기 응원은 수면 시간을 줄이고 체온을 올리기 때문에 숙면을 방해한다. 밤늦게 먹는 간식도 독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열대야 기간 동안 수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잠들기 전 수면 위생을 잘 지키고, 카페인과 알코올이 들어있는 음료나 음주를 피하고, 자고 일어나는 시각을 일정하게 정해 숙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야간에 충분한 수면을 취했음에도 계속해서 졸음이 오거나 낮 시간에 참기 힘든 졸음이 수일 동안 지속된다면 수면 부족으로 인한 졸음이 아닌 ‘기면증’을 의심해야 한다. 기면증은 낮에 심하게 졸리며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갑작스럽게 잠에 빠져 드는 질환이다. 특히 다른 질병과는 달리 질환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심각한 것이 특징이다. 만약 기면증을 치료하지 않고 간과할 경우 의도치 않은 졸음운전으로 인해 위험에 노출되거나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질 수 있고 환자 스스로 ‘삶의 질’ 저하를 느끼게 된다.

기면증은 낮 시간의 과도한 졸림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우리 머리에 있는 시상하부라고 하는 부분에서 정상적인 각성을 유지시켜주는 물질인 ‘히포크레틴(hypocretin)’ 분비가 결여돼 생긴다. 주로 중·고등학교 시기에 처음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졸음과 함께 갑작스러운 무기력증을 수반하기도 한다. 기면증 환자는 국내에서 약 2000명이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는데 환자수가 2006년 이후 5년 동안 약 2배로 증가하는 등 빠르게 늘고 있다. 기면증은 다른 질환에 비해 증상이 확연히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기면증을 앓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홍범 대한수면의학회 이사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기면증을 육체피로로 인한 단순한 수면과다 증상으로 여겨 치료를 하지 않고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충분한 수면을 취했는데도 주간에 과도한 졸음이 오거나 일반적으로 잠이 들기 힘든 상황에서 잠이 쏟아질 경우 병원을 방문해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이사는 이어 “기면증의 완치법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약물 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그 증상을 조절하거나 호전시키는 것은 가능하다”며 “기면증 치료제에는 FDA 승인을 받은 약물인 ‘프로비질’이 주로 사용되고 프로비질은 수면에 관련된 중추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수 쿠키건강 기자 jun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