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만성 한림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새로운 슈퍼 항바이러스제 개발… 세계가 깜짝 놀랐죠”

입력 2012-08-13 17:31


지난달 22일(한국시간 23일) ‘제31차 세계바이러스학회 학술대회’가 진행된 미국 매디슨에 위치한 위스콘신주립대학에서는 전 세계 바이러스 연구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주인공은 일양약품과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바이러스 공동연구팀. 이날 발표자로 나선 박만성 한림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타미플루 내성과 모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새로운 기전의 ‘슈퍼 항바이러스 물질’에 대한 연구 성과를 제시했다.

“전 세계 연구자들이 깜짝 놀랐죠. 많은 연구자들이 새로운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실험실 수준이거든요. 그런데 우리 연구진이 내놓은 결과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복제 초기에 융합기능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에, 동물실험에서도 매우 효과가 있다는 거였으니 놀랄 만도 했죠. 전 세계 연구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 게 이런 거구나 느꼈습니다.”

지난달 25일까지 개최된 학술대회를 마치고 인터뷰 하루 전인 27일 새벽 귀국한 박만성 교수를 만났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크게 2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첫 번째는 인체를 감염시키는 대부분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모두에 광범위하게 항바이러스 효능이 있고, 이를 동물실험을 통해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에서도 우수한 효과가 있음을 규명했다는 점이다.

실제 일양약품과 박만성 교수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새로운 슈퍼 항바이러스 물질을 투여한 생쥐군의 생존율은 80%였던 반면 타미플루 투여군의 생존율은 0%였다.

이번 연구의 두 번째 의의는 이전 항바이러스제와 다른 새로운 작용기전의 항바이러스 물질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일반적으로 타미플루 등 기존 항바이러스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복제 후기에 작용하는 기전인 반면 일양약품의 항바이러스 물질은 바이러스 복제효소와 바이러스 표피의 탈각을 위한 융합 기능 억제 작용점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양약품의 항바이러스 물질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복제가 발생하는 초기에 작용하는 새로운 기전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2가지 연구 성과가 결국 전 세계 과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이후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나 새로운 대유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지만 아직은 실험실 수준의 성공에 그치고 있다”며 “동물실험에서 이러한 효능과 효과를 입증한 것은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2010년 8월 일양약품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번 연구는 2년여의 노력 끝에 세계적 관심을 받는 연구가 됐다.

향후 계획과 관련해 박 교수는 “바이러스와 미생물학자의 역할은 새로운 항바이러스 물질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찾아내고 이를 임상시험과 연계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일양약품이 더 좋은 연구자들과 힘을 합쳐 새로운 항바이러스 신약개발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백신 주권과 함께 항바이러스제 주권확보도 새로운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비해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항바이러스 신약개발에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송병기 쿠키건강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