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지화한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 안 된다

입력 2012-08-13 22:56

김해공항·KTX 확장하고, 그래도 추진하면 건설비 물려야

정부가 경제성 미흡 등을 이유로 백지화했던 신공항 건설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12일 “전국 14개 공항에 대한 수요 예측을 검토한 뒤 기존 공항 확장안과 신공항 건설안을 비교해 개선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재추진할 의도를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국토부는 기획재정부에 관련 예산 10억원까지 신청한 상태다.

현재 수송 능력이 한계 상황에 달해 이전이나 확장이 필요한 것으로 검토되는 곳은 김해국제공항과 제주국제공항이다. 두 지역 가운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김해공항의 초과 수요를 담당할 동남권 신공항 건설 여부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건설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2007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뒤 부산·경남은 부산 가덕도를, 대구·경북은 경남 밀양을 후보지로 각각 밀었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까지 나서서 지역갈등을 고조시켰다.

급기야 국토부 입지선정평가단이 지난해 3월 가덕도와 밀양에 대한 적합성 평가를 벌여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했다. 두 곳 모두 경제성이 없고, 환경파괴가 우려되기 때문에 100점 만점에 40점도 받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사과했고, 정부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4·11 총선에서 부산·대구 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했고, 새누리당 부산 지역 의원들과 대구·경북·밀양 지역 의원들이 지난 7월 각각 신공항 건설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야 대선 경선후보들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가 김해공항을 확장하지 않고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재추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포퓰리즘만을 의식한 정치권이 공약(空約)을 내놓더라도 합리적인 논리로 대응해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것이 정부의 역할임은 물론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예산낭비, 국론분열, 국력소모를 가져올 초대형 국책사업은 정치논리가 아니라 철저히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신공항 건설도 장기적인 항공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마땅하다.

인천·김포·제주·김해국제공항을 제외한 10개 공항이 국고를 먹어 치우는 하마로 전락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오는 12월 대선에 나설 후보들은 10년, 2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자세로 공약을 준비해야 옳다. 정부는 이미 결정한 대로 항공 수요에 맞게 김해공항을 확장하고, KTX 노선을 확대해 영남권 주민들의 인천국제공항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의원들이 신공항 유치를 고집한다면 건설비를 내도록 강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