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성기철] 李대통령이 가장 잘한 일
입력 2012-08-13 18:40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 지지도는 거의 바닥이다. 수개월째 20%대에 머물러 있다. 국민 대다수로부터 외면 받았던 임기 말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친인척 및 측근들의 잇단 비리가 ‘밉상 대통령’을 만든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본다.
하지만 지지도가 추락한 근본적인 원인은 제대로 된 업적이 없기 때문 아닐까 싶다. 대선 때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고, 국민들은 그걸 믿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으나 4년이 흐른 지금의 경제 성적표는 수준 이하라는 평가다. 한·미 FTA 발효를 성과로 내세우지만 그걸 협상해서 타결지은 것은 노무현 정부다. 무려 22조원을 투입해 무리하게 추진한 4대강 사업의 경우 정권이 바뀌면 청문회가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남북관계는 최악의 경색국면이고, 노무현 정부가 망가뜨린 한·미 관계를 복원했다고 자랑하지만 그 만큼 한·중 관계는 악화됐다. G-20 정상회의 서울개최 등을 통해 국가적 위상을 드높였다고 하는데 어째 잘 와 닿질 않는다. 국민의 뇌리에 남을 만한 큰 성과물이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불행이다. 이 대통령은 이렇게 국민들로부터 잊혀지는 듯했다.
영토수호 의지 보인 독도방문
한데 지난 10일 ‘국토의 막내’ 독도를 전격 방문하면서 오랜만에 주요 신문 1면과 TV 저녁뉴스 톱을 장식했다. 대통령 사진이 독자들에게 인기가 없음에도 신문마다 2∼3장씩 게재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독도를 방문했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가원수로서 영토수호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은 박수 받을 일임에 틀림없다.
사실 역대 정권은 독도문제와 관련해 지나치게 몸을 사렸다. 독도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이론의 여지 없이 한국 고유영토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억지 주장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제 분쟁화하려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조용한 외교’를 하는 게 낫다고 했지만 결과는 일본 우익의 발호를 방치하는 꼴이 됐다. 일본 위정자들이 경쟁적으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우기는 마당에 ‘조용한 외교’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특히 박정희 정부 때는 일본과의 수교협상을 서두르느라 독도 문제를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명백한 외교적 실책이다. 박 대통령과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이 ‘독도 폭파’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참으로 부끄러운 얘기다.
군사정부를 청산하고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대통령도 말만 요란했다. 김 대통령은 일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가 참의원 연설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말하자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뒤이은 김대중 대통령은 과거사를 발전적으로 정리한답시고 일본에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향후 상황관리 의연하게 해야
현 정부 들어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잇따라 독도를 방문한 것은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바람직한 행보였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그곳이 우리 영토임을 국제사회에 천명하면서 일본의 침탈야욕에 쐐기를 박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본다.
이후 청와대와 외교부의 대응도 합격점이다. 일본의 반발에 일일이 맞서지 않고 무시전략을 구사키로 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 일본으로서는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려 하겠지만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향후 대일 외교정책 기조가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고 정부 입장을 정리한 것도 잘한 일이다. 차분하면서도 의연한 대응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임기 말이긴 해도 정부가 독도 상황관리를 잘 할 경우 대통령 지지도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성기철 편집국 부국장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