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러닝메이트

입력 2012-08-13 18:29

러닝메이트(running mate)는 경마에서 출전하는 말의 걸음걸이를 조정하기 위해 같이 뛰게 하는 말을 가리키는 용어다. 정치에서는 두 관직을 동시에 뽑는 선거에서 하위 관직의 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를 일컫는다. 흔히 미국 정·부통령 선거에서 부통령 입후보자를 지칭하는 말이 러닝메이트다.

미국 초대 부통령을 지낸 존 애덤스는 “부통령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하찮은 자리”라고 했고,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밑에서 부통령을 지낸 존 낸스 가너는 “부통령의 가치는 오줌 한 방울만큼이다. 부통령이 된 것은 내 인생 최대 실수”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이들의 푸념과 달리 미국에서 부통령은 대통령 유고 시 대통령의 임무를 승계받는 1순위이자 상원의장을 겸임하는 막중한 자리임에 틀림없다. 부통령을 지낸 뒤 대통령을 역임한 사례도 여럿 있다. 존 애덤스, 토머스 제퍼슨, 마틴 밴 뷰런, 조지 H W 부시, 리처드 닉슨 등이 부통령을 거쳐 대통령이 된 케이스다.

러닝메이트는 보통 지역적·이념적·개인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선택된다. 1960년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출신의 존 F 케네디는 남부 텍사스 출신 린든 존슨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골라 대형 표밭 텍사스를 장악했다. 1984년 월터 먼데일 민주당 후보는 처음으로 여성 부통령 후보로 제럴딘 페라로 하원의원을 선택했지만 낙선했다.

2008년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일반인들은 물론 정치판에서도 생소한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지목해 바람을 일으켰다. 다섯 아이의 엄마인 그는 “나는 여러분과 같은 하키맘(hocky mom)이다. 하키맘과 투견의 차이는 립스틱뿐”이라고 외치며 중산층 여성표를 끌어모았다. 하키맘은 자녀 교육에 열성적인 미국 중산층 주부를 말한다. 페일린 효과에 힘입어 매케인은 여론조사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후보를 앞서고 페일린은 2012년 대선 후보감으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그 뒤 자질론이 불거지며 고배를 마셨다.

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11일(현지시간) 폴 라이언 하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 만 42세로 롬니의 큰아들과 동갑이며, 백만장자 기업가 출신인 롬니와 달리 학창시절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낸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다. 정통 보수파 ‘라이언 일병’이 지지율 부진에 시달리는 롬니를 구해낼 것인지 궁금하다.

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