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덮이자 “휴∼” 경선열기 맥빠져 “아∼”… 올림픽에 웃고 운 정치권
입력 2012-08-12 21:42
여당에서 4·11 총선 공천헌금 의혹이 불거졌고 야당에서 성추행 파문이 터졌다. 과거에는 정당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거나 국회의원직을 내놔야 했던 ‘핵폭탄급’ 악재들이다. 그런데 왠지 조용하다. 온 국민의 관심이 런던 올림픽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연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내심 안도하거나 울상을 지었다.
새누리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올림픽이 결과적으로 호재가 됐다. 비박(非朴·비박근혜) 주자들과 야권은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박 전 위원장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대선경선 후보직을 사퇴하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목소리는 올림픽을 향한 환호성에 묻혔고 박 전 위원장은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다만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을 널리 알리겠다는 당초 계획이 틀어지면서 일정 부분 손해도 봤다는 평가다.
반면 비박 측은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박 전 위원장을 겨냥하고 네거티브 공세까지 시도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지지율 변동 폭도 미미하면서 그나마 경선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무색해졌다.
이종걸 최고위원이 박 전 위원장에게 ‘그년’이란 막말을 하고, 당직자가 여기자를 성추행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민주통합당도 비난의 화살을 상당 부분 피할 수 있었다. 경선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를 노렸다는 점에서 올림픽 기간 동안 경선 일정을 아예 멈춘 전략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선수단이 선전했기 때문에 민주당 경선의 맥이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2일 “국가적 스포츠 이벤트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정권 심판론이 쏙 들어간다. 민주당 경선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국민들이 선거인단 모집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되면서 문재인 상임고문이 상당히 불리해졌다”고 분석했다.
올림픽 열기는 ‘독도 정국’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국면도 만들고 있다. 축구대표팀 박종우 선수가 한·일전 승리 직후 ‘독도 세리머니’를 폈다는 이유로 메달 시상식에 설 수 없게 되자 반일감정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도 박 전 위원장에게 불리할 게 없다는 예상이 많지만, 외교문제 등으로 비화돼 역풍이 불 경우 여당 후보에게 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최대 수혜를 입었다는 주장에는 별다른 이견이 나오지 않는다. 검증 국면이 한풀 꺾였고,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은 이날까지 3주 넘게 교보문고 등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