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태극전사 ‘말 말 말’

입력 2012-08-12 20:07


올림픽의 감동은 선수들의 메달뿐만 아니라 재치 있는 입담을 통해서도 전달된다. 12일 오후 9시(이하 현지시간) 폐막식을 끝으로 일정을 마친 런던올림픽의 태극전사들은 메달보다 더 빛나는 말들을 남겼다.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의 중앙수비수 김기희는 10일 일본과의 3-4위전에서 후반 44분 구자철과 교체됐다. ‘단체 종목의 경우 실제 출전한 선수만 병역 혜택을 받는다’는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유일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그를 투입했다. 김기희는 추가시간까지 4분여를 뛰었고 경기 후 “내 인생에 평생 잊을 수 없는 4분”이라고 말했다.

11일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첫 결선행을 이룬 리듬체조의 손연재는 “결선 무대에서 5위를 해 행복하다”고 했다. 손연재는 곤봉을 놓친 순간을 떠올리며 “아쉽기는 하지만 후회 없이 연기를 마쳤다”면서 “‘아직은 메달을 딸 때가 안 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한국 태권도 사상 첫 올림픽 2연패의 꿈은 10일 여자 67㎏급에 출전한 황경선이 이뤄냈다. 황경선은 첫 경기인 16강전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왜 그렇게 긴장했는지 바보스러울 정도”라며 “오히려 결승전이 가장 쉬웠다”고 했다.

‘흐르지 않는 1초’ 논란으로 펜싱 여자 에페 결승 진출이 좌절된 신아람은 피스트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시간이 그렇게 안 갈지 몰랐다”고 했다. 여자 역도의 전설 장미란은 4위로 올림픽 2연패의 꿈은 접었으나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고 말하며 멋진 바벨키스를 남겼다.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기록한 도마의 양학선은 4초 남짓한 경기 순간을 떠올리며 “내 몸이 깃털처럼 움직이는 걸 느꼈다”고 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