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마케팅’ 성적 보니… KT·현대차·SK 방긋, 대교 시무룩

입력 2012-08-12 22:10

런던올림픽에서 사격 2관왕을 달성한 진종오 선수가 지난 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기자들은 물론 공항을 찾은 시민들까지 진종오를 향해 플래시를 터뜨렸다. KT는 진종오의 예상치 못한 공항 패션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KT 사원인 그의 하얀 모자에는 KT의 유무선 통합 브랜드인 올레마크가 선명했다.

KT 관계자는 12일 “평소 모자를 즐겨 쓰는 진종오가 회사 모자를 쓰고 입국하는 바람에 예상외의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런던 올림픽 종목별 성적에 따라 기업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KT는 진종오 외에 축구대표팀도 지난 2001년부터 후원하고 있다. 축구대표팀이 훈련할 때 입는 유니폼과 공식 기자회견에 사용하는 백보드를 통해 KT로고가 노출됐다. KT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올렸던 약 2000억원의 홍보효과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양궁의 선전에 미소 지었다. 양궁협회장인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올림픽에서 경기장을 일일이 찾아 응원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여자 단체전과 남녀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때도 현장에 있던 정 부회장의 모습이 언론에 노출됐다.

SK그룹도 후원 종목이 고르게 선전했다. 특히 펜싱은 금 2개, 은 1개, 동 3개 등을 챙겨 SK텔레콤의 아낌없는 지원이 주목을 받았다. 여자 핸드볼도 강호를 물리치고 4강에 올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각각 핸드볼협회와 펜싱협회장이다. 은메달 2개를 목에 건 박태환도 SK텔레콤 후원을 받고 있다.

대한사격 연맹 회장사인 한화그룹의 ‘통큰’ 지원과 기계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딴 양학선 가족에게 아파트를 선물하기로 한 SM 그룹도 화제를 모았다.

반면, 삼성은 다양한 종목에 지원을 했지만 관심을 받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마라톤과 경보, 삼성생명은 레슬링과 탁구, 에스원은 태권도, 삼성전기는 배드민턴 등 종목별로 팀을 꾸려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 소속 선수 중 레슬링의 김현우(금)와 탁구 남자 단체전(은), 배드민턴 남자 복식(동)의 메달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회장을 맡고 있는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은 배드민턴의 무더기 실격 처리와 부진한 성적 때문에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올림픽 메달 성적만으로 기업의 마케팅 성적을 평가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 종목에 후원한 기업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준다”면서 “하지만 후원 종목의 성적이 저조하다고 스포츠 마케팅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