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1회용 컵’ 2012년만 3억개 쌓이는데… “재활용 몰라요”
입력 2012-08-12 19:31
아이스 음료가 불티나게 팔리는 여름철. 아이스커피 등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재활용을 위한 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우려된다. 환경부와 일회용품 재활용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은 커피전문점들조차 플라스틱 컵 사용량이나 재활용률을 거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이 자율 협약을 어겨도 제재 수단은 없는 실정이다.
◇플라스틱 컵 연간 3억개 사용, 재활용은…=환경부는 2009년 5월 ‘업계 자율적으로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고 회수해 재활용을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10일 현재 ‘재활용 자발적 협약’을 맺은 곳은 스타벅스, 할리스커피, 커피빈 등 13개 업체로 매장 수는 5742개다. 이들 매장에서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사용한 플라스틱 컵은 약 1억2500만개로 나타났다. 7∼9월에 플라스틱 컵 사용량이 가장 많기 때문에 이들 업체에서만 올해 총 3억개 이상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라스틱 컵과 뚜껑의 원가는 약 120∼130원. 자발적 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체인에서 한 해 사용되는 플라스틱 컵이 최소 360억원어치나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플라스틱 컵의 재활용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각 업체의 플라스틱 컵 재활용 여부를 엄격히 관리하지 않고, 업체들도 컵 재활용을 각 체인점 자율에 맡겨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종사자는 “매장에서 플라스틱 컵과 일반쓰레기를 엄격하게 분리해 수거하지 않아 청소 과정에서 함께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컵 외에 빨대·뚜껑 등도 모두 플라스틱 제품이지만 따로 분리 수거해달라는 표식이 없는 점포가 대부분이다.
◇재활용에 무관심한 업체도 상당수=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는 재활용 자발적 협약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브랜드의 매출 1위 점포인 서울 강남대로점은 지난 5일 하루 동안 일회용 컵에 판매한 아이스 음료가 약 700잔이었다고 밝혔다. 한 달이면 2만1000개로 이를 포개 높이를 재면 30층 빌딩 높이인 105m나 된다.
이 업체는 플라스틱 컵 재활용 여부에 대해 “각 점포에서 알아서 분리해 내놓으면 지역 재활용 업체가 수거해 가는 것으로 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재활용되는지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외 소규모 개인 사업장, 테이크 아웃 전문점 등은 컵 재활용률뿐 아니라 사용량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발적 협약을 맺은 매장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검사해 내부에 일회용 컵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어긴다 해도 제재할 수단이나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자원 재활용 방안 강구해야=환경부는 일회용 컵에 환경보증금 50원씩을 물리다 2008년 6월 실효성이 떨어지고 국민에게 적지 않은 불편을 끼친다는 이유로 폐지했다. 이후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용품 재활용에 대한 규제가 느슨해지면서 마구 버려지는 플라스틱 재활용품에 대한 활용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이효숙 사무처장은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시킬 수 있는 제도와 소비자의 의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며 “머그잔 사용 캠페인을 여는 등 의식을 바꿀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