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의 벽 넘어… 평택 에바다학교 탁구반 ‘금메달의 꿈’ 스매싱
입력 2012-08-12 21:51
120㎝가량의 작은 체구에 귀가 들리지 않는 김서영(10) 양. 그러나 공을 바라보는 눈빛만은 매서웠다. 서영이는 코치가 서브를 넣자 넘어오는 공을 네트 너머로 강하게 꽂아 넣었다. 스매싱이 성공했지만 기합이나 환호소리는 없었다. 그저 묵묵히 코치의 손에 있는 탁구공과 라켓의 움직임을 주시할 뿐이었다.
지난 10일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에바다학교 본관 2층 탁구장에는 7∼8명의 학생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을 하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를 앓았던 서영이도 눈에 띄었다. 서영이는 2010년 겨울 탁구반에 지원해 처음 라켓을 잡았다. 곧바로 서영이의 천부적 소질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로 그해 경기도교육감기 탁구대회에서 비장애학생들과 겨뤄 준우승을 차지했다. 에바다 학교 권오일 교장은 “탁구는 상대 선수의 폼을 보는 것은 물론 공을 치는 소리를 듣고 공의 방향을 예측해야 한다”며 “청각장애인이 훨씬 불리하지만 서영이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서영이는 각종 국내 대회에서 입상했고, 지난 4월에는 일본에서 개최된 ‘세계농아인탁구선수대회’에 출전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중국의 후안과 맞대결해 첫 세트를 이겼다. 또 러시아의 45세 선수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대1로 승리하기도 했다. 서영양은 현재 내년 8월 불가리아에서 열리는 ‘세계농아인올림픽’에서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훈련 중이다.
서영이가 자신의 특기를 발견하게 된 건 경기도교육청이 2010년부터 도내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해온 ‘늘해랑학교’ 프로그램 덕택이다. 각 학교는 지원된 예산으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학습과 진로,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청각장애 및 지적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는 에바다학교는 방학 중 탁구반을 운영하고 있다. 권 교장은 “늘해랑학교 탁구반을 통해 꿈을 찾은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김창기(12)군은 2010년 여름 늘해랑학교에서 탁구를 처음 접했다. 코치 이종순씨는 “평소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졌던 창기는 탁구라켓만 잡으면 180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창기군은 지난달 열린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에서 비장애인 학생들과 겨뤄 16강에 들었다. 이 코치는 “당시 비장애인 팀 코치들이 ‘저 아이가 어떻게 장애인이냐’고 놀랄 정도의 실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권 교장은 “아이들이 꿈을 찾고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싶어도 늘 예산이 문제였는데 늘해랑학교가 큰 도움이 됐다”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탁구를 통해 대학 진학도 하고, 전국은 물론 세계대회에서도 입상하는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
평택=글·사진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